주위 사람 이야기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듯이 현재 출생율 저하는 심각한 문제인 듯 하다. 하긴 내 주위의 사람들을 보더라도 2자녀나 1자녀가 보통이며, 3자녀 이상인 커플은 진짜 가뭄에 콩나는 수준이다. 내 친구들도 대략 10명 가운데 3명 정도만이 가정을 꾸리고 있으니 앞으로 몇 년간 출생률은 현재보다 더 나이지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물론 내 주의의 이런 상황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는 않지만, 정부에서 내 놓는 발표나 민간 연구소에서 쏟아 내는 자료를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 민족은 세계 역사 속에서 사라질 지경이라니, 나부터라도 빨리 장가 가서 국가적인 차원의 신생아 출생 사업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무감이 생긴다.
하늘이 무너질지 모른다.
그런데… 과연 인구가 줄어들면 우리나라가 망할까? 아니 극단적으로 망하지 않는다 해도 변변한 자원도 없고 땅도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이 정도로 먹고 살 수 있는 근본 원인이 인구데…아마도 젊고 싼 양질의 노동력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자본주의 엔진은 동력을 잃고 제자리에 주저 앉은 고철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급격한 인구 증가에 기인한다. 수도권에 집중화된 인구,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방불케 하는 자영업자의 양성, 부족한 택지 용지 때문에 생기는 돈 먹고 돈 먹기 식의 부동산 가격 급등… 생존 지옥, 입시 지옥, 취업 지옥, 교통 지옥… 말만 들어도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느끼게 해 주는 지옥이라는 단어가 일상 생활이 된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 보통 시민의 삶
생태주의와 무정부주의자들이 말하듯이 국가는 소수 권력자들이 다수의 국민을 착취하기 위한 합법적인 권력 기관이기에, 소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착취의 대상이 줄어드는 것은 체계의 전복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국가주의와 무정부주의자 사이에 위치한다. 즉, 그 균형점이 어디인지 모르나 무정부주의자와 국가주의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수 많은 이념의 스펙트럼 사이에 존재한다.
또 다른 관점
따라서 무정부의자나 생태주의자 관점에서 줄어드는 인구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으며, 국가주의자에게 인구 감소는 권력의 쇠퇴를 뜻하기에 위험의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또다른 관점이 있다. 바로 S/W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서 관점이다. 별다는 지적 자산이 없는 사람들이 진입하기 가장 쉬운 시장이 건설, 토목 노동 시장이듯이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지닌 노동자들이 맘만 먹으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바로 SI다. 그렇기에 풍부한 대체 인력이 존재하는 시장이 바로 SI. 즉, S/W 시장이다. 따라서 나이 먹은 개발자는 홀대 받고 관리자나 영업직으로 전직을 강요 받는다. 또한 경험 없고 기술 없는 신입개발자는 박봉에 하루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노동을 암묵적으로 강요받기도 한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인간의 특성 상 그 자원의 0.0001%라도 아껴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길가에 흩어져 있는 돌처럼 우리나라엔 너무나 많은 인력이 넘친다. 그렇기에 늙고 경력 많고 비싼 개발자는 필요없다. 따라서 진입 장벽이 낮은 산업 특성도 있지만 취직만 시켜 주면 일할 마인드를 갖춘 인구가 너무나 많기에 오늘날의 개발자 현실을 만들었다.
해법
인구가 줄어 든다면 세가지 정도 해법이 존재한다.
첫째는 애를 많이 낳게 하는 것이다. 애를 많이 낳으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반대로 결혼해서 애를 안 낳으면 중과세를 한다. 또한 시집 장가 안가는 노처녀 노총각들은 40%의 부담세를 부과하자. 이 얼마나 아름다운 국가주의의 발현인가!! 그러나 단세포 동물들도 일정한 공간에세 급속한 개체 수 증가를 보이면, 종을 보존하기 위해서 번식을 멈춘다.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혼이 유행하고 자녀를 1명 수준에서 낳을려는 이유는 DNA 속에 숨겨진 유전자 메카니즘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즉, 정책보다는 본능이 우위에 있기에 과도한 경쟁으로 멸종의 위기로 몰아 넣는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가 바뀌지 않는 이상 개체 수는 쉽게 증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방법은 개발자를 포함한 유효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적극 추진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이민의 확대로 유효 노동자 수는 증가할지 모르지만, 순혈 주의가 강한 우리나라 속성 상 민족 갈등이라는 잠재적인 사회문제를 키우는 다른 종류의 불행의 씨앗일 뿐이다.
세번째 방법은 꺼진 불도 다시 보고,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석유를 아껴 쓰듯이 현재 있는 인력을 재교육시키고 나이든 사람들도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물론 사회 구성원의 인신 전환이 필요한 문제이기에 쉽지 않은 방법이다. 하지만 진짜로 인구가 줄어드는게 문제라면 인구수를 늘리려고 노력만 하지말고 다른 식의 해법을 찾는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논리인가?
끝으로 인구수 감소는 누구의 논리인지 고민해야 한다. 생존 경쟁의 끝에서 하루 하루를 힘들게 사는 노동자의 삶과 연계된 문제인지, 값싸고 다루기 쉬운 노동력을 공급 받고자 하는 자본가의 문제인지, 아니면 일정한 권력을 유지하려는 권력자의 논리인지… 그러나 이런 문제 의식 속에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세상에는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의 세계 외에 다른 세계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즉, 현실은 양자 사이에 있다. 다만 최근에 진보 진영에서도 걱정하는 인구 감소는 너무 국가주의로 흐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에 이 post를 올렸다. 어찌 보면 인구감소는 오늘도 수 많은 경쟁을 해야 하는 개발자들에게 희소식일지도 모른다. 물론 수 많은 변수가 물린 미래를 단순 논리로 예측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