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October, 2006


Flash back, 추억의 게임들

Saturday, October 7th, 2006

연휴의 마감, 아쉬움

이제 연휴의 마지막입니다. 이런 긴 휴일을 마감하는 날이 다가오면 왠지 모를 아쉬움과 서글픔(?)이 밀려 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겨울 방학 때도, 성인이 되서 처음 맞는 대학교 여름 방학때도 그랬으며, 서른을 넘긴 장년의 나이에도 이런 감정은 변치 않습니다. 이번 연휴는 일과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이 더 많이 들었을까요? 오늘 새벽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하다가 뜨금없이 중 3때 재밌게 했던 게임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추억의 게임들

바로 Delphine社에서 만든 Future War라는 어드벤쳐 게임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어드벤쳐라는 장르가 사라졌지만, 9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킬러 타이틀은 대부분 어드벤쳐 장르에서 나왔습니다. 네트웍도 없고 컴퓨터 사양이 낮았던 당시에 몰입성이 강한 게임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아무래도 스토리 위주의 게임인 어드벤쳐가 강점을 보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야심한 시각에 까까머리 중 3때 밤을 새며서 즐겼던 그 게임 Future War를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습니다. “Future war game”으로 구글링해 보니, 바로 결과가 뜨더군요. 어둠의 경로로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에 게임을 담아서 집에 오던 중학생의 마음처럼 설레였습니다. 설레임이 사라자기도 전에 zip 파일을 내려 받았습니다. zip 파일을 풀고 fw.com을 더블 클릭했습니다.

Future war 첫 화면

앗! 바로 추억의 암호 맞추기 화면이 뜨더군요. 당시 게임은 복사 방지책으로 플로피 디스켓에 락을 거는 방법 이외에도 암호표를 만들어서 정품과 같이 팔았습니다. Future war도 마찬가지로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옷 색깔 맞추기 암호표가 있었죠. 사운드가 안나오고 흑백 모니터가 컬러 LCD 모니터로 바뀌었다는 것만을 빼고 중 3때 즐기던 바로 그 게임이었습니다

Future war의 암호 입력 화면
 
Future war를 조금하다 보니 갑자기 당시에 밤을 새며서 했던 게임들이 떠올랐습니다. 원숭이 섬의 비밀, 룸, 레밍즈, 언어더 월드, 플래쉬 백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역시 대부분의 게임을 인터넷에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가이브러쉬도 당시 모습 그대로였으며, 룸의 가슴을 울리는 선율도 여전했습니다.

원숭이 섬의 비밀

룸의 한 장면

불쌍한 레밍

인다아나 존스, 비행기 추격 장면 후

Flash back

할 일은 제쳐두고 추억의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다 보니 도끼 자루 섞는 줄 모르고 시간이 가더군요. 문득 레밍즈를 탈출 시키다가… 화면도 조악하고 사운드도 떨어지는 이 게임들이 왜 재미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미 5.1 채널에 오감을 자극하고 실시간 시뮬레이션으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인디아나 존스가 곧 나오는데도 말이죠.

어떻게 보면 제 또래 가운데 많은 이들은 운동장을 뛰어 놀면서 키워던 아날로그 감성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보낸 디지털 감성이 더 강한 첫 세대입니다. 감성에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분리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구지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감성을 형성하고 꿈을 키웠던 환경으로 돌아 가는데 아날로그의 느림보다는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는 즉자적인 디지털이 더 편리하죠. 물론 아날로그식 감성이 더 인간적이기는 하나… 연휴의 끝 무렵 고된 작업 속에서 과거로 잠시 돌아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디지털 감성의 장점 덕분이죠.

가끔 이 세계에서 밥을 벌어 먹고 사는 일을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어떤 일을 하건 자신의 직업이 가장 힘든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노동 강도에 비해서 벌이는 시원잖고, 예전 고등학교 때 잘 안나가던 친구들은 의사가 되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인간이기에 저만의 깃발을 휘날리며 앞만 보고 달리기는 하지만, 이런 한숨 섞인 현실론을 들으면 왜?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냉철한 현실과 무모한 열정

아마도 오늘 새벽에 작업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즐겼던 게임을 찾아 떠난 Flash back은 이런 무의식적인 의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밤을 새며 게임을 즐기는 것과 직업은 다르지만, 여드름 투성이의 철없는 중학생이 무모하게도 이 세계를 진로로 택하게 했던 것은 알 수 없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가이브러쉬가 움직이고, 레밍즈가 걸어 다니면, 룸의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 방법을 알고 싶었습니다. 시간은 흘러서 당시의 덧없는 열정은 현상을 꿰뚫어 보는 지식으로 바뀌었지만, 힘든 현실을 잊고 앞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무모한 열정인 듯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저처럼, 다소 어두운 현실 속에서 열정의 불이 꺼지는 것을 경계라도 하라듯이 무의식은 열정이 충만했던 중학생 때로 인도한 듯 합니다. 즉, 어두운 현실을 밝히는 것은 무모한 열정의 횃불이겠죠.

 

엔트로피 관점에서 본 애자일 방법

Wednesday, October 4th, 2006

기계공학도도 이해하기 어려운 엔트로피의 개념을 사회적 현상으로 정리한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세종연구원 출판)가 출판된지도 30년 가까이 되는데도, 잊을만하면 영구기관 발명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물론 지금까지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소식은 100%로 사기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가 필요없는 무동력 영구기관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애국심의 발현으로 봐야할까? 그러기에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사람들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하는 수많은 사기 행각들이 있다. 물론 취미 삼아서 영구기관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간혹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보면 과학적 무지를 재생산해 내는 책임은 흥미위주의 방송사의 접근 방식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네이버에서 찾은 영구 기관 관련 글

Post의 나머지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 열역학 법칙을 간단히 살펴 보자. 보통 무슨 무슨 법칙이 1법칙에서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열역학은 0법칙에서 시작한다. 프로그래머가 대부분 0에서 루프를 시작하듯이 열역학자도 0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다른 법칙을 만들고 나서 생각해 보니 0법칙이 없으면 열역학을 시작할 수 없기에 궁색한 작명 센스로 0법칙을 만들게 되었다.

열역학 0법칙은 무척 간단하다. A와 B가 열적 평형이고 B와 C가 열적 평형 상태라면, A와 C도 열적 평행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A컵에 담긴 물의 온도와 B컵에 담긴 물의 온도가 같고 B컵에 담긴 물의 온도와 C컵에 담긴 물의 온도가 같다면, A컵의 물과 C컵의 물의 온도는 같다는 뜻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너무나 당연하게 보이는 이 법칙에서 오늘의 주제인 엔트로피가 나온다.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을 짧은 문장 하나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제1법칙), 엔트로피의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제2법칙)

from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1법칙은 우주에 충만한 에너지는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고 단지 형태만 바뀐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귀에 딱지 앉도록 설명 들은 옥상에서 떨어진 공이 대표적인 열역학 1법칙의 예다. 옥상 위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공은 운동 경로 상에서 위치 에너지가 최고다. 공이 떨어지면서 위치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로 바뀌고 땅에 닿는 순간에 운동 에너지가 최고가 된다. 그러나 옥상 위의 위치 에너지와 지면에서 운동 에너지의 총량을 비교해 보면 똑같다. 즉, 에너지 형태가 위치 에너지에서 운동 에너지로 바꾸었을 뿐 공이 가진 에너지의 총량은 같다. 이것이 바로 열역학 1법칙이다.

1법칙만을 놓고 보면 영원히 움직이는 영구 기관을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게 보이지 않는다. 옥상에서 떨어뜨린 공을 생각해 보자. 공기와 공 사이에 항력이 없고 땅과 공의 탄성계수는 1 등의 가정을 하자. 이런 가정을 하고 나면 옥상에 공을 가지고 올라가는 초기 에너지만 있다면 공은 영원히 움직일 것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공이 영원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가정을 했고 이런 가정은 현실 세계에서 실현 불가능하다. 그런데 영구 기관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이런 가정들이 모두 실현 가능한다는 전제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열역학 2법칙 때문에 불가능하다.

KTF의 비기알 요금제는 일정 금액 범위에서 통화와 문자를 조절할 수 있듯이, 1법칙은 에너지 총량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에너지 형태를 바꿀 수 있을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열역학 2법칙은 이런 기대를 완전히 무너트린다. 열역학 2법칙은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과 에너지의 효율성 이 두가지를 시사한다.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은 쉽게 말해서 엔트로피라고 불리는 양이 증가하는 방법으로만 자연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계속… 

완력 싸움

Sunday, October 1st, 2006

얼마전에 회사 내 시스템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자동차를 만듭니다.(제가 몸 담고 있는 부서가 자동차 설계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요.) 자동차를 만들다 보니 시험 정보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시험 정보를 잘 활용하면 자동차를 개발할 때 큰 도움이 되지만, 아쉽게도 얼마 전까지 시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설명회에서 소개했던 사이트가 바로 시험 정보를 관리해 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의 프로젝트 목표를 읽어 보면 시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시험 정보를 축적하고 개발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구축된 프로젝트의 모습은 시험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 상세한 시험 정보를 입력하는 형태여야 했는데, 뚜껑을 열고 살펴 본 시스템의 모습은 단순한 시험 보고서 관리 시스템이었습니다.

프로젝트 목표와 구현이 왜 다를까 궁금했습니다. 개발자의 태만인지, 아니면 프로젝트 리더의 오판이었는지, 아니면 기획자 의도가 잘못된 전달 되었는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모를 때는 질문이 최고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물어 봤습니다.

담당자 曰 “그 부분이 저희도 가장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개발팀이 편하기 위해서는 시험팀에서 데이터 입력 작업을 해 주어야 하는데. 시험팀과 개발팀 사이에 완력 싸움 때문에. 이견을 좁히기 어려웠습니다. 할 수 없이 일단 이 정도 수준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결론 내렸죠.”

이 설명을 들으니 어정쩡한 시스템이 탄생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부서 간의 완력 싸움 때문에 소도 아니고 돼지도 아닌 잡아 먹기에 민망한 망아지가 태어난 셈이었죠.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자 성공을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바로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프로젝트 목적에 맞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피플 웨어 같은 책보다는 군주론이나 먹어라 그렇지 않으면 먹힌다 류의 책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죠. 결국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완력 싸움 속에서 고난의 세월을 보냈을 PL과 팀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편한 연휴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