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상상력이라는 게 있다.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예를 하나 들겠다.
장면 1 : 철수가 길을 가다가, 천원을 주웠다. 길에 떨어진 돈을 발견하면 경찰서에 갖다 주라는 말을 늘상 들었던 철수는 아무 생각없이 천원을 경찰서에 갖다 주었다.
장면 2 : 영희가 길을 가다가, 천원을 주웠다. 길에 떨어진 천원을 보자,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보았던 케로로 피규어가 떠올랐다. 영희는 케로로 피규어가 너무나 갖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그 돈을 잃어버려서 안타까워할 주인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똘망똘망한 케로로 피규어가 눈에 선했지만, 가슴 아파할 주인 생각때문에 영희는 천원을 경찰서에 갖다 주었다.
결과적으로 철수와 영희, 두 어린이 모두는 착한 어린이다. 그러나 차이라면… 철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떨어진 돈을 아무 생각없이 경찰서에 갖다 줬다. 이에 반해 영희는 케로로 피규어를 사고픈 욕망이 들었지만, 돈주인의 애달픈 마음이 떠올라서 천원을 경찰서에 갖다 줬다. 영희처럼 자신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킬지 상상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서 올바른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일련의 심리적 기제를 쉽게 말하면 도덕적 상상력이라고 한다.
물론 철수처럼 철저한 도덕교육을 시켜서 사회 질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철수같은 사람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러기 위해서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한다는 작업 지시”식 교육을 해야하기 때문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영희처럼 도덕적 상상력을 키워 준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개인은 도덕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윤리 수준이 높아진다.
이 도덕적 상상력의 핵심은… 바로 그림 그리기다. 도덕덕 상상력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구체적인 이미지는 결국 현재의 행동 양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예전 직장 상사는 그림 그리기라는 말을 좋아하셨다. 항상 어떤 일을 할 때마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이 그림이 파워포인트의 그림을 뜻할 때가 더 많았지만, 어떤 일을 할 때 일이 끝났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 보고, 그 상황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라는 뜻이었다.
연말이다. 물론 올해를 잘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슬슬 내년 농사를 준비할 시간이다. 직장에서 사업부 단위나 부서 단위로 내년도 사업 계획을 이미 끝냈을 시점이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의 내년 목표가 정해진 이 시점이, 자신의 내년도 목표를 정하기 적당한 시점이다. 가장 이상적인 직장인의 모습은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이 일치하는 것이다. 비전이 일치할 때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더욱 더 내년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아무튼 앞서 말한 이유로, 내년도 계획을 세울 시기가 슬슬 다가왔다. 도덕적 상상력과 회사의 사업 계획을 들먹이면서, 오늘 post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개인의 신년 계획 세우기를 도와줄 팁이다. 신년 계획을 세울 때 보통은 아이템 기반으로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자면, 어학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토익 900점이상 달성”,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매일 30분 운동” 등을 목표로 세운다. 그러고 나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첵적인 실행 방안을 계획한다. 물론 이런 방법으로 지난 날에 수 많은 목표를 설정했지만, 20%정도 모자라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내가 제안하는 신년 계획 세우기 방법은… 내년 이맘 때의 구체적인 하루 일과를 주중과 주말로 나누어서 그려보라는 것이다. 특히, SI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내년의 모습을 그려 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어떤 개발자가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코딩과 버그 잡기 때문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고, 이런 일상이 지겹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현실을 탈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직이나 전직이라는 목표로는 뚜렷한 실천 방법을 얻기 힘들며, 달성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의 하루 생활을 그려 본다면, 이직의 방향성과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개발자가 이런 그림을 그린다면 어떨까?
아침 9시 경쾌한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온다. 노트북을 켜고 이메일과 오늘의 일정을 확인한다. 10시에 개발팀과 새로운 기획안에 대한 회의가 잡혀 있다. 이 기획안은 일주일동안 시장 조사와 고객 인터뷰를 통해서 처음으로 만든 기획안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 개발될지 무척 기대가 크다. 이 회의가 끝나면 영어회화 스터디 그룹과 점심 약속이 잡혀있다. 일주일에 한번 스터디 그룹 사람과 점심에 만나서, 영어로 대화를 나누면 식사를 한다. 이 스터디 그룹은 6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 스터디 그룹 덕분에 영어 실력이 상당히 늘었다. 2시부터는 협력업체의 개발 진척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조인트 프로젝트 형식이어서 기획안만 회사에서 만들고, 개발은 협력업체와 진행 중이다. 주도적으로 회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들어서 브레인스토밍이라던지, 여러 회의를 주재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회의를 끝내면 5시부터 한 시간정도 온라인 MBA 과정을 듣는다. 기획을 하다 보니 MBA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림을 그린 개발자는 자신이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기획자로 전직”이라는 목표보다 더욱 현실적이며, 달성하기가 용이하다. 이런 그림 그리기는 365개의 벽돌이 쌓여서 집이 되는 설계도의 시작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