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미친 시대를 이성적으로 사는 법
Sunday, November 12th, 2006장면1
추운 겨울 아침. 포근한 이불 속에 몸을 감싼 당신의 얼굴에 하나 가득 미소가 피어난다. 꿈 속에서 따뜻한 동남 아시아 어느 해변에 누워 뜨거운 태양 아래 일광욕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 위로 부서지는 햇살을 즐기기 위해 백사장을 응시하던 당신의 눈 속에 검은색 한점이 들어 왔다. 이상한 기분에 선글라스를 벗고 시커먼 물체를 바라본다. 이런! 화가 난 당신의 상사가 서류철을 들고 곧장 당신에게 달려 오는게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 개꿈 같은 현실이란 말인가? 앗뿔사! 이건 꿈이지… 허겁지겁 현실로 돌아온 당신은 핸드폰을 집어들고 시간을 확인한다.
당신 : XX! 8시반이잖아. 지각이다.
밤새 새집이 앉은 머리에 대충 물을 바르고, 정신없이 옷을 주어 입고 현관을 나선다. 택시를 잡을 수 있는 큰 길까지 숨가쁘게 달렸다. 운 좋게 택시를 바로 잡았다.
당신 : 아저씨! 늦었는데, 빨리 전철역까지 가주세요.
월요일 아침이지만, 택시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이대로 막히지만 않고 전철역까지 달려준다면 많이 지각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조금의 안도감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택시는 왕복 2차선 도로에 들어가기 위해서 우회전을 했다. 이게 왠 백태글인가? 2차선 도로에 들어선 택시 앞에 초보운전 딱지를 붙인 검은색 소나타가 제한 속도 60Km로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아니 법대로 운전하고 있었다.) 당신은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소나타 운전자가 슬슬 미워지기 시작한다. 택시 운전사에게 경적을 울려 달라고 부탁했다. 택시 운전사 얼굴에는 짜증이 묻어 났지만 당신 부탁대로 길게 경적을 울렸다. 그러나 짜증 섞인 경적 소리에도 검은색 소나타는 제한 속도를 유지했다. 이제 마음 속에는 알 수 없는 분노, 증오… 심지어는 살인 충동까지 느껴졌다.
당신 : (속으로) 저! 빌어 먹을 소나타 XX, 지각하라고 일부러 천천히 달리는거 아니야. 어떤 X인지 얼굴이나 봤으면 좋겠네.
결국, 당신은 지각하고 말았다. 물론 소나타가 길을 막지 않았어도 지각은 기정사실이었지만, 상사의 잔소리를 듣자 당신 앞을 가로 막았던 소나타 운전자가 한 없이 증오스러웠다.
장면2
직속 상사가 아무도 떠맡고 싶어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당신에게 맡기려고 한다. 프로젝트의 결말이 뻔하기 때문에 당신도 그 프로젝트를 맡고 싶지 않다. 문득 거절했을 때 상사가 당신을 미워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거절했을 때 다른 동료에게 그 일을 시킬지, 아니면 당신을 진짜로 미워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당신 머리 속에 프로젝트를 거절하면 상사가 미워할거라는 생각이 어느새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당신은 할 수 없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 post의 제목을 접한 여러분에게도 선택권이 있었다. 즉, post를 읽느냐? 읽지 않냐?의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었다. 이 문장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읽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훌륭한 선택이다!
) 읽겠다는 결심을 두고 본다면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선택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앞서 소개한 장면 두 가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없다면, 더 이상 이 post를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냐면 이 post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소개한 장면들의 공통점을 찾아 보자. 장면 속의 주인공 모두가 자신의 감정이나 선택의 순간에 옳지 않은 가정을 했다.
장면1의 경우, 주인공의 지각은 기정 사실이었다. 즉, 소나타 운전자가 제한 속도 이상으로 달리던, 달리지 않았던 간에 지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잘못을 일면식 조차 없는 소나타 운전자에게 씌움으로써 분노의 재생산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늦잠을 잤다는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만, 옳지 않은 감정의 순환에 빠지게 된다.
장면2의 경우, 주인공은 프로젝트를 맡으면 끝이 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맡지 않으면, 상사가 자신을 미워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을 함으로써 옳지 않은 선택을 하였다. 물론 프로젝트를 맡지 않았을 때, 상사가 싫어할 수도 있고 싫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가정 가운데 그다지 설득력도 없고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것을 선택함으로써, 선택의 범위를 제한시켰다는 실수를 저질렀다.

오늘 소개할 미친 시대를 이성적으로 사는 법(엘리엇 D. 코헨 지음, 김우열 옮김, 21세기 북스)은 인생을 감정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서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간단하게 요약을 하고 보니 그렇고 그런 교과서적인 이야기나 늘어 놓는 책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뻔하게 보이지만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 들은 예처럼,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어떤 행위를 할 때 가정하고 의사 결정을 한다. 즉, “내가 … 하면, 저 사람이 … 할거야” 라는 가정법에 의존해서 행동을 한다. 이런 가정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가정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장면 2의 주인공처럼, 직장인에게 누구나 상사가 있다. 따라서 직속 상사는 가끔씩 말도 안되는 일을 던져 주고 그 일을 부하 직원이 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런 선택의 상황. 즉, 그 일을 하냐 하지 않냐를 결정할 때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상사가 싫어할거야.”라는 가정법에 근거해서 대부분 의사 결정을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가정법이 맞을 수 있지만, 이 가정법은 수 많은 가정 가운데 한가지 가정일 뿐이다. 따라서 다양한 가정이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는 감정적인 가정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과 가정을 두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물론 상사의 지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상사가 싫어할거야.”라는 가정에서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잘못된 가정을 하면 다양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인간이라면 쉽게 빠질 수 있는 감정적 가정의 오류를 벗어나 이성이 넘치고 행복이 넘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데 있다. 깔끔하게 번역된 문장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