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December, 2006


선택에 만족하시나요? 2부-완결

Wednesday, December 27th, 2006

선택에 만족하시나요? 1부

장면 #2

철수는 네비게이션을 구매하려고 한다. naver의 지식쇼핑에서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하니, 583건이 검색되었다. 헉~ 네비게이션 종류가 많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네비게이션이 나왔는 줄은 몰랐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철수가 어떤 사람인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가 튼 사람이 아닌가? 기능이 우수하고 가장 저렴한 네비게이션을 사기 위해서, 철수는 기나긴 네비게이션 구매 스터디에 돌입했다. 우선 각종 리뷰 사이트에 올라온 네비게이션에 대한 사용기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며칠을 읽다 보니, 어떤 제품이 우수하고 어떤 제품이 AS가 나쁜지 감이 잡혔다. 또한 네비게이션을 이미 구입해서 사용하는 지인들에게 본인들이 사용하는 네비게이션 만족도도 체크했다.

사용기와 주위 사람들의 리뷰를 정리하다 보니, 한달이라는 시간이 금새 지나가 버렸다. 철저한 스터디 덕분에, 철수는 네비게이션에 대해서 어떤 전문 리뷰어보다 더 뛰어난 경지에 올라섰다. 심지어 철수의 전문 지식을 소문으로 들은 회사 동료 가운데 몇몇이 네비게이션을 사는데 철수에게 조언까지 구하는 형편이었다. 철수는 더 이상의 공부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구매를 결정할려고 보니, 무척 중요한 선택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나가社에서 나오는 A모델과 A+모델이 네비게이션 구매 최종 후보군이 되었다. A모델의 경우 A+모델보다 3만원이 더 저렴했지만, A+ 모델에 달린 카메라 기능이 없었다. 철수는 3만원과 카메라 기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나에게 D50, A85도 있고, 핸드폰 카메라도 있잖아. 그런데 구지 네비게이션에 카메라가 필요할까? 3만원 별로 많은 돈도 아닌데, 카메라가 달려 있으면 좋잖아. 일단 달려 있으면 급할 때 필요하겠지. 그래 3만원인데… 그냥 A+로 사야겠다.

결국 철수는 A+를 구매했다. 기나긴 시간을 투자해서, 구입한 A+를 자동차에 장착하고 출근했다. 동료들에게 새로 산 A+를 자랑하니, 좋은 선택을 했다고 동료들이 말을 건넨다. 철수는 속으로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만족하면서 흐뭇해했다. 퇴근 시간 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대학동기 철이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둘은 오랜만에 전화통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였다.

철수 : 철이야! 이렇게 전화로 하지 말고. 저녁이나 같이 하자?
철이 : 그래 만나서 이야기하자. 어디가 좋을까?
철수 : (철수는 순간 A+의 맞집 추천 기능이 떠올랐다. 그래 그 기능 한 번 써봐야 겠다.) 엉 내가 좋은 데 아니까. 거기서 저녁이나 하자. 너희 회사 앞으로 지나가야 하니까. 내가 회사 앞으로 갈께.
철이 : 그래. 있다 보자.

철수는 일을 마치고, 철이를 만나기 위해서 차에 올라탔다. 철수는 시동을 켜고 A+에 전원을 넣었다. 전원을 넣자마자 바로 메인 메뉴가 떴다. “역시~ 잘 샀어!” 철수는 무척이나 빠른 부팅 속도에 만족하면서, 맞집 추천 기능을 눌렀다. 철이의 회사 근처를 입력하니 5~6군데 맞집이 바로 출력되었다. 철수는 후보군 가운데 민물장어집이 마음에 들었다. 일단 민물장어집을 저녁 식사 장소로 정하고, 철이 회사를 목표지로 입력했다. A+가 알려주는 길로 달리니 평소 다니던 길보다 교통량이 적고 더 빨랐다. A+의 똑똑한 길안내 기능에 빠져 운전을 하자니, 어느새 철이 회사 앞에 도착했다. 회사 앞에서 기다리던 철이는 철수를 단번에 알고 보고 차에 올라탔다.

철이 : (문을 닫으며) 오랜만이다.
철수 : 잘 지냈냐?
철이 : 잘 지냈지~ 철수! 너 A+ 샀구나?
철수 : 엉 어제 샀어. 너도 네비게이션 좀 아는구나?
철이 : 알지. 나도 네비게이션 살려고 공부 좀 했지. 그런데 왜 A+ 샀냐? A에 카메라 하나 달린거 뿐인데. 그냥 A 사지. 카메라 쓸 일이 뭐 있다고.
철수 : 엉?… 그래. 뭐 어때 카메라 있으면 좋지. 급하게 필요할 때 쓰고 좋잖아.
철이 : 뭐 그렇긴 하지. A나 A+ 성능 좋은 건 유명하잖아. 잘 샀다.

철이의 말 한마디에, 철수는 A+ 선택에 후회가 생겼다.

이 놈은 오랜만에 만나서, 흠이나 잡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철이 말도 틀린 게 아니야. 솔직히 카메라가 무슨 필요가 있어. 그냥 A 살 걸 그랬나? 내일 당장 A로 바꿀까? 아니지. 철이가 그냥 한 말일텐데…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아니야 그냥 쓰면 두고 두고 후회할 거야. 모르겠다!

철이 : 철수야! 안 가니?
철수 : 엉?… 아니야. 그래 가자. 어디 가지? 아… 민물장어집 가자.

선택… 그리고 후회

우리는 매일같이 선택을 한다. 출근한 후, 모닝커피 한 잔을 위해서 탕비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선택의 연속이다. 원두커피? 블랙커피? 카푸치노? 아니면 녹차? 녹차라면 뜨거운 녹차, 차가운 녹차. 그리고 스타벅스에 발을 들인 순간, BR31에 그깟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러 들어간 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 받는다. 톨? 그라테? 파인? 쿼터? 컵? 콘?….. Stop! Don’t ask me!

더 이상의 선택에서 벗어나서 진지하게 물어보자.

과연 우리는 무한대의 가능성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안겨주는 선택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서 출발하여, 현대인의 선택과 행복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이 바로 Barry Schwartz의 The parodox of choice다. 웅진닷컴의 선택의 심리학이라는제목으로도 번역 출판되었다. 단순한 책소개라면, 선택과 행복에 관심있는 사람은 책을 읽어 보라고 말하면 끝이다. 그러나 Post 두 개를 이 책에 할애하면서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에 내가 했던 가장 큰 선택 때문이다.

올해,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 가운데 한 가지를 내렸다. 바로 이직이었다. 개인적으로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며, 오랜 시간과 열정이 소모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힘들고, 어렵게 이직을 하고 나서,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시점에 누군가 내게 이직은 성공적이냐고 묻는다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답하겠다.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고 답하는 이유는, 전 직장에 있었다면 지금 하는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절반의 실패라고 답하는 이유는, 전 직장과 현재 직장을  비교하는 내 자신 때문이다.

사람이라는게 모순 덩어리여서, 100가지 가운데 한 가지가 싫어도 싫은게 사람이다. 반면에 99가지가 싫어도 한 가지만 좋아도 좋은게 사람이다. 그러나 이직을 꿈꾸고 이직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선택의 모순에 빠지는 사람은, 바로 100가지 가운데 한 가지가 싫은 사람이다.

A라는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 싫어서 이직을 결심한다. 그러나 일을 빼고 생각한다면, A가 다니는 직장은 여러가지 면에서 좋다. 막상 A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직장을 옮기고 나면 일이라는 면에서 만족이 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이전 직장에서 만족했던 부분이 옮긴 직장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옮긴 직장의 복리 후생이나 동료, 월급이 객관적으로 나쁜지는 않다. 다만 이전 회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나쁘다는 뜻이다.(이전 회사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A는 이직을 하여 전 회사에서 불만족이었던 일이라는 요소를 충족시켰을지 모르지만, 결국 다른 부분이 불만족스러워지는 선택의 모순에 휩싸인다. 즉 A가 바로 100가지 가운데 한가지가 싫어서 직장을 떠난 사람들의 대표 모델이다.

선택 그리고 행복

‘한가지가 싫어서 떠난 사람’은 ‘한가지 좋아서 머무르는 사람’보다 문제가 많은 것일까?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한가지가 싫어서 떠났 건, 100가지가 싫어서 떠났 건…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행복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결국 선택이 A가 좋냐? B가 좋냐?를 객관적으로 저울질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 만족, 더 나아가서 행복을 쫓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곰탕이 가장 맛있는지, 비빔밥이 제일 맛있는지는 자신만이 아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카메라가 달려 있건 안 달려 있건, 철이가 내 선택을 비난하건 동료가 내 선택을 칭찬하건 내가 만족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철수의 행복 = f( 선택1, 선택2, 선택3, 선택4,… 선택n )
철이의 행복 = f( 선택1, 선택2 )

오늘의 post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행복과 선택의 함수 관계를 식으로 표현하자면 위의 공식처럼 나타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철수가 행복해지기 쉬울까? 철이가 행복해지기 더 쉬울까? 철수가 아인슈타인에 맞먹는 지적 능력을 갖추었더라도 n차 함수를 푸는 것은 부자가 천국 가는 일보다 어려울 듯 하다.(수치해석에, 슈퍼컴이라도 n이 무한대로 간다면 철수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선택1… 선택n에 해당하는 값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철이의 행복은 무척 간단하 이차식이다. 선택1과 선택2 만 잘 조합하면 되기 때문이다. 철이가 철수보다 똑똑하지 못해도,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축복 받은 인생이다. 이런 공식은 일반인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다. 결국 인생이라는 집합에서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선택 함수를 n차 이상 식에서 1차 식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즉 변수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변수를 줄일 수 있을까? 끝으로 n차 함수를 간단히 줄이는 공식을 설명하면서 오늘 포스트를 끝내려 한다. 여러분도 한번 자신의 n차 행복 함수를 1차 식으로 줄여 보자!

행복 = f()

~의

Saturday, December 23rd, 2006

‘문제의 원인’의 문제는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위 문장에서 강조 표시가 된 문제는 어떤 문제를 가리킬까? 갑자기 왠 국어 문제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쉽게 생각해 보면, ‘문제의 원인’이라는 복합명사 안에 있는 문제를 가리킬 수 있다.(그림 1) 조금 더 고민해 보면, ‘문제의 원인’때문에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그림 2) 간단한 문장인데도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는 ‘문제의 원인’의 문제 사이에 놓인 ‘의’ 때문이다.

좋은 말버릇이나 글버릇도 있지만, 고쳐야할 것도 많다. 특히, 회사에서 작성된 보고서나 자료를 읽으면 ‘~의’가 남발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글을 쓸 때, 주목적은 의사소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이 읽고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회사에서 작성되는 문서인 경우 더욱 그렇다.) 이런 단순하고 명쾌한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말버릇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의’다. 글을 쓰거나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머리 속에 모든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타인도 이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가정한다. 그래서 머리속에서 벌어지는 사고과정을 생략한 글과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의’가 이러한 불친절한 의사소통에서 대표적인 경우다. 처음에 예를 들은 문장에서 ‘~의’를 빼고 다시 써보면, 그 뜻이 명확해진다.

원문
‘문제의 원인’의 문제는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1) ‘문제의 원인’ 안에 있는 문제를 가리킬 경우
‘문제’는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2) ‘문제의 원인’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면
그 문제때문에 생기는 다른 문제는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 이외에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글쓴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물어 보지 않는 이상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예를 만들 수 있다. 다음은 한효석님의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에서 발췌한 예다. 읽어 보고 그 뜻을 짐작해 보자.

‘~의’ 사용예

  • 언어의 순화의 방향의 설정
  • 시민의 권리를 무시해서는
  • 나의 합격을 기뻐해 주시오.
  • 평화의 파괴는 죄악이다.

사실 글쓰기나 말하기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의’가 일으키는 잘못된 해석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의’를 쓰지 않을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예전 글을 읽어 보면 ‘~의’가 많이 나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어찌하랴… 과거도 나의 일부인 것을) 글을 쓰다보면 ‘~의’를 아예 안 쓸수도 없다. 하지만 ‘~의’가 불러 일으키는 오해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되도록이면 이 표현을 안 쓸려고 노력한다. 그러기에 글쓰기에 힘이 조금은 붙는 느낌이다.

‘~의’ 사용을 바로 잡은 예

  • 언어 순화를 위해 방향 잡기
  • 시민이 지닌 권리를 무시해서는
  • 내가 합격한 것을 기뻐해 주시오.
  • 평화를 파괴하는 것은 죄악이다.

Brainstorming

Tuesday, December 19th, 2006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낼 때, 브레인스토밍을 많이 사용한다.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경험 상 우리는 제대로된 브레인스토밍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성공적인 브레인스토밍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원칙 한 가지가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하자고 말하는 사람치고, 이 원칙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실제로 브레인스토밍을 해 보면, 우리는 어느새 동료가 내놓은 아이디어에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 동료의 아이디어를 평가만 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하자고 말한 장본인이, 다른 사람이 말한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심지어는 면박주는 일도 봤다.(어쩌자는건지?) 일단 이런 브레인스토밍은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앞에서 다른 사람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마음 속으로 평가하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이 역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즉 브레인스토밍의 핵심은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마음 속으로 평가하기 시작한다면, 스스로의 사고에도 제한을 두고… 다른 한편으로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같은 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사고에 빠지기 때문에, 방어적이 되어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한다.

따라서… 브레인스토밍이란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브레인스토밍 속에 담겨 있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 나아가서 우리는 브레인스토밍 속에서 삶의 자세를 옅볼 수 있다. 너무 거창한가? 단지 브레인스토밍일 뿐인데.

선택에 만족하시나요? 1부

Tuesday, December 19th, 2006

회사 앞에 신장개업한 A식당과 B식당이 있다고 하자. 위의 그림은 각 식당의 메뉴판을 나타낸다. 우리의 주인공 나똑똑해씨는 마음이 잘 맞는 회사동료와 점심 식사를 하러 A식당에 들어갔다. A식당에서 점심 메뉴의 선택권이 나똑똑해씨에게 없다. 즉 A식당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뜻은 곧 설렁탕을 먹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A식당에서는 “설렁탕 두 그릇이요!”라고 말하면 된다. 아니다. 주인이 알아서 설렁탕 두 그릇을 가져올 것이다. 그럼으로 A식당에서 할 일은 점심식사를 즐기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B식당에 동료와 식사를 하러 갔다고 하자. A식당과는 달리, B식당에는 메뉴 선택 권한이 있다. 즉 A식당에 비해서 5배의 자유가 나똑똑해씨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각 메뉴마다 가격은 동일하다. 따라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금액이 같기 때문에, 메뉴 선택에 따라서 5,000원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다르다. 똑똑한 나똑똑해씨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다.

“자… 모든 메뉴가 5,000원이라는 뜻은 원가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주방장의 실력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겠지. 잠깐! 금액이 같다는 뜻은 맛도 동일하다는 의미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가장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게 맞겠지… 아니지 그래도 주방장이 잘 하는 음식을 고르는게 맞을거야!”

점심 메뉴를 고르기 위해서 고도의 두뇌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나똑똑해씨 앞에 있는 동료가

동료 : 아줌마! 비빔밥 하나 주시고요! 그리고 똑똑해씨는 뭘로 할래요?
나똑똑해씨 : 글쎄요…(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다니. 이 양반 천재 아냐? 비빔밥이 맛있을까? 아~~ 모르겠다. 그냥 내 취향대로…) 곰탕으로 할께요.
동료 : 아줌마! 그리고 곰탕 한 그릇 주세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똑똑해씨가 선택한 곰탕과 동료가 (너무나 쉽게) 주문한 비빔밥이 나왔다. 나똑똑해씨 앞에 놓인 곰탕은 엊그제 TV에서 소개한 소문난 맛집의 곰탕보다 맛깔스럽게 생겼다. “역시 난 메뉴도 잘 골라!” 이런 자화자찬을 즐기면서 맛을 보았다. 나똑똑해씨의 뛰어난 선택을 뒷받침해 주듯이 맛도 끝내 주었다.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하면서, 동료 앞에 놓인 비빔밥을 보았다.

이런!

동료의 비빔밥 위에 놓인 계란 후라이의 노른자는 눈부신 태양 처럼 빛났으며, 탐스럽게 뿌려진 참기름은 빛깔조차도 구수했다. 계란 후라이 아래에 깔린 색색의 나물은 색종이의 색보다 더 선명했고, 숲의 향기 조차도 느껴졌다. 회사 앞에 시시한 식당이지만, 동료 앞에 놓인 비빔밥은 단순한 비밤밥이 아니었다! 나똑똑해씨가 공황 상태에 빠져있을 때, 동료가 말한다.

동료 : 똑똑해씨! 곰탕 맛 좀 볼께요?
나똑똑해씨 : … 내? 아 맛보신다고요… 그러세요…
동료 : 와우~ 너무 구수하네요. 이 집 음식은 대체로 맛있나 봐요.
나똑똑해씨 : … 내? 곰탕이 맛있다고요. 아…

해맑게 웃고 있는 동료를 보고 있자니, 곰탕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닌거 같다. 하지만,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동료를 보니, 나똑똑해씨가 선택한 곰탕은 쌀뜨물보다 더 싱겁게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 보니, 곰탕을 먹고 있는 손님은 나똑똑해씨 뿐이다. 즉 비빔밥이나 김치볶음밥을 먹고 있다. 곰탕을 선택한 나똑똑해씨는 이 세상에 유일한 바보처럼 느껴졌다.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