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January, 2007


斷想

Tuesday, January 16th, 2007

대학 동기 하나가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기 때문에, 지난 주말 환송회를 했습니다. 환송회인지라, 친구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그 가운데 1년간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도 왔습니다. 지금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와 그 친구가 하는 업무가 관련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 반, 궁금한 마음 반에 친구에게 회사 생활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나 : 나 회사 옮겼다.
친구 : 어 알지.
나 : 내가 요즘 하는 프로젝트하고 너네 회사하고 관련 많다.
친구 : 그래…
나 : 요즘에도 시험하러 자주 나가니?
친구 : 아니.
나 : 그래? 보직 바꿨어?
친구 : 사실. 회사 관뒀다.
나 : 엉? 그럼 뭐하냐?
친구 : DEET 봐서, 이번에 치대 입학했다.

직장을 관두고 준비하면서 힘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했기에, 1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해서 뜻한 것을 이루었기에 축하한다고, 잘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편으로 씁쓸했습니다. 나름 엔진니어 센스를 갖춘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공대였기에 OO역학 타이틀이 붙는 과목이 99%였습니다. 시험을 치루기 위해서 계산기는 필수였고, CASIO과 SHARP가 공학용 계산기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습니다. 저희 과는 유난히도 SHARP 계산기 가운데 EL-9300 모델을 많이 썼습니다.

EL-9300

EL-9300의 프로그램

저도 EL-9300을 썼고, 그 친구도 EL-9300을 썼습니다. 물론 공대생이라고 EL-9300 기능을 다 쓰지는 못했죠. 특히 프로그램 기능은 나름 파워풀했지만, 그다지 시험을 치루는데 필요하지 않았기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는 프로그램을 잘 사용했습니다. 특히 핸드폰이 대중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학할 때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친구는 계산기로 게임을 만들 정도였습니다.

엔진니어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신성한 일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하더군요. 그런 신성한 일을 저버리고 자기 살자고 편한(?) 길로 간다고 욕하기도 하더군요. 저는 국가주의도 아니고, 엔진니어 지상주의도 아니기에, 이런 전체주의 사고에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인생의 행복을 찾아 새로운 길을 떠나는 친구가 잘 되기를 빌뿐이지만, 나름 재능있는 친구가 회사라는 혹은 엔진니어라는 인생 속에서 꿈을 찾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죠.

친구의 앞날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얼마 전에 某차장님과 나눈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나 : 엔진니어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세요?
모차장님 : 그럼. 당연하지. 난 쉰 살부터 본격적인 컨설팅을 할거야. 그래서 여든살까지 일할거거든. 그리고 돈 받으면서 공부하니까 얼마나 좋아. 날마다 새로운 걸 배우잖아.

New~ User eXperience!

Wednesday, January 10th, 2007

iPhone을 보고 있자니, 오랜만에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고착화된 핸드폰 UI에 넌더리가 난 사용자들에게 혁신적인 UX(User Experience)를 선사한 물건이 되겠죠? 우리나라에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현재 요금 체계로는 한달만에 기기값 뽑고도 남겠네요.

긍정의 힘(새해 다짐)

Tuesday, January 2nd, 2007

개인적으로 벌여 놓은 일이 몇 가지가 있어서, 정리하느라 새해 계획 세우기를 미루었습니다. (소중한 것 먼저하기를 까먹었네요. :) ) 그러다 오늘 저녁에 조금 여유가 생겨서, 이제야 올해 계획을 세워 봅니다. 2006년 목표를 한 줄로 요약하면 “매널리즘 극복을 통한 프로가 되자!”였습니다. 

지난 일년을 뒤돌아 보면, 매널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러기에 이직과 개인적으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2006년도 목표 달성에 점수를 주자면 70점 정도입니다. 욕심이 많아서일까요? 열심히 지냈던 한 해였지만 높은 점수는 못 주겠네요. 아쉬움은 연민의 정일뿐… 어쩌겠습니까? 지난 아쉬움은 어제 저버린 태양 위에 떠나 보내고, 새로운 희망을 해돋이 위에 실어 봅니다.

새롭게 떠오른 2007년 해에 실었던 올해 목표는 ‘긍정의 힘’입니다.

  • 컵에 물이 정확히 반이 차있습니다. 여러분은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하시시나요. 아니면 “반밖에 남지 않았네.”라고 푸념하시나요.
  • 후배 직원이 지시한 일을 다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철수씨, 일 아직 못했죠?”라고 질책하시나요. 아니면 “철수씨, 일 다했나요?”라고 물으시나요.
  • 힘들어 하는 동료가 있다면, “안색이 왜 그렇게 안좋아?”라고 걱정하시나요. 아니면 “내가 좀 도와줄 일이 없을까?”라고 손내미시나요.
  • 후배 직원이 작성한 문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철수씨가 만든 문서에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죠?”라고 비난하시나요. 아니면 “철수씨가 만든 문서를 어떻게 더 좋게할까요?”라고 제안하시나요.

그리고 아침마다 눈을 뜰 때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source from naver.com

30년이 조금 넘은 생을 살면서,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힘들게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의미없는 시간을 보냈기에, 이런 깨달음을 얻은게 아닐까 합니다.

남 탓을 하곤 합니다. “이 일이 안되는 것은 다 저 사람 때문이야.”라는 타인을 향한 비난. 이런 비난은 자신에게 면죄부를 줍니다. 그러나 남 탓을 하는 사이에,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됩니다. 남을 탓하면 결국 그 사람을 바꾸거나 그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상황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순에서 빠져 나오기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남 탓, 내가 할 수 없는 것”에서 “내 탓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옮겨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긍정의 힘입니다.

그러나 행복해지고 싶어서 갖는 긍정의 힘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갖는 긍정의 힘이 아닙니다. 성공하기 위해서 갖는 긍정의 힘이 아닙니다. 짙은 어둠이 깔린 새벽,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치열한 삶을 준비하는 그 시간에,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는 비장감마저 흘러 넘치는 그 순간에, 나를 일으켜 세우는 유일한 힘이 바로 긍정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긍정의 힘이 아닙니다. 남을 이기기 위한 긍정의 힘이 아닙니다. 끝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긍정의 힘이 아닙니다. 다만 긍정의 힘은 삶을 지탱해 주는 한편, 인생이라는 여행 속에서 존재의 이유를 알려주는 그 곳으로 인도해 주는 나침반이기 때문입니다.

힘든 아침. 그리고 365개의 고된 아침이 모인 1년이 지났습니다. 다시 365개의 새로운 아침이 기다립니다. 긍정의 힘이 365일을 관통하길 바라면서 새해 계획을 적어봅니다.

모두들 원하시는 것 이루는 한 해 되시길요…

민주주의와 독재주의

Monday, January 1st, 2007

조엘과 비스타 종료 기능 

조엘이 윈도우 비스타와 관련해서, Post 3개를 올렸다.

조엘이 말하길… 윈도위 비스타에는 Shutdown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능이 15가지 정도라고 한다. 우선 아래의 그림을 보자. 눈에 띄는 기능만 하더라도 Switch User, Log Off, Lock, Restart, Sleep, Hibernate, Shut Down으로 7가지가 있다.(Function키와 아이콘을 조합하면 15가지 방법이 있단다.) 우선 여러분은 이 7가지 기능을 설명할 수 있나?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이라면, 너무나 쉬운 문제일 수 있다.

from joel on software

그런데 일반인이라면 종료에 해당하는 7가지 기능의 차이를 말할 수 있을까? IT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게 그냥 ‘종료’로 보일 것이다. 갑자기 조엘이 비스타 종료 기능을 언급한 이유는, 괜찮은 UI는 사용자에게 선택을 제한한다는 것을 언급하기 위해서다. 선택을 해야하는 사용자는 불행하다. 그래서 조엘은 7가지나 되는 종료기능을 그냥 ‘Bye bye’로 줄이는게 어떨까라고 제안한다.

뛰어난 사용자 환경으로 소문이 난 Mac OS X의 종료 기능은 어떤 모습일까?

 

from joel on software

위의 그림처럼 생겼다. 컴퓨터를 조금만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버튼 위에 적힌 기능 이름만 읽어봐도 기능마다 어떤 일을 할지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비스타 종료 방법만 봤을 때와 OS X의 종료 기능과 비교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생각하는 사용자 선택에 대한 철학적 고찰의 깊이가 새삼 가슴에 와닿지 않는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MS 직원들은 애플 직원들보다 멍청하기 때문에, 시장판처럼 종료기능을 나열했을까? 아니면 MS 직원들은 애플 직원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Bye bye’로 줄이는 비법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빌 아저씨 이유가 뭐죠?

바쁜 빌 아저씨가 내 질문에 답을 해줄 일은 만무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조엘 포스트를 읽은 Moishe씨가 내 질문에 답을 달아 주었다.(사실 Moishe씨는 조엘에게 답을 했다. 난 그 글을 읽었을 뿐이다. :) ) Moishe씨는 ‘Windows Mobile PC User Experience’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팀의 존재 이유는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자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비스타 종료 기능을 협의하기 위해서, Moiseh씨 팀안에서 의사소통뿐만이 아니라, Shell팀과도 협업을 해야했다고 한다. 그리고 커널팀과도 말이다. 무척이나 간단한 종료 기능이지만, 소위 말해서 입을 대는 사람들(이해 당사자들)이 하나 둘 늘어남에 따라서 의사소통 채널 수 nC2만큼 늘어나게 되었다.

결국 각 팀과 팀 안에서 의사 소통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결정은 회의 때마다 번복되고 반복되었기 때문에, 최종 의사결정이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맥처럼 간단한 종료 기능이 될 수 있었던 비스타의 종료 기능은 철학적이며, 정치적이며, 어쩌면 종교적인 모습을 담은 15가지 두상을 가진 신화적 형상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조직의 기원 그리고 의사소통

예전 포스트에서도 한 번 언급했었는데, 조직이 커지면서 의사소통을 원할하게 하려고, 관료화를 추진한다. 관료화는 의사소통 채널수는 급격히 줄이지만,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즉 의사소통 채널수를 줄이기 위해서, 의사소통 채널을 수직 방향으로만 구축하기 때문에, 부서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말단 혹은 실무 차원의 의사소통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서 상위 관리자들 사이에 의사 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엄청난 케뮤니케이션 비용이 발생한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최고 경영자의 의사 결정이 전달되면 중간 관리자의 의견이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의사 소통에 왜곡이 자주 발생한다. 회사에서 자주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CEO가 ‘혁신’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 경영층에서는 “비용 절감을 통한 혁신”이라고 나름 해석하고, 중간 관리층에서는 “물자 절약을 통한 혁신을 달성하자”가 되면, 실무진에서는 “화장지 안 쓰기로 회사 살리기”가 된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이해 당사자들이 다르게 이해하고 이에 대해서 같이 모여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략 관료 집단의 문제점을 두 가지 정도 짚어 보았다. 비스타의 종료 기능도 이런 관료주의 폐단으로 생기는 문제였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최상의 제도는 아니다. 다만 안 좋은 것들을 제외하고 보니, 남은 것이 민주주의였을 뿐이다. 우리가 접하는 민주주의도 사실 형식만 민주주의 뿐이고,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것은 독재 내지는 적당한 타협인 경우가 많다.

독재주의라는 이름의 효율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알고 있다면, 정답을 실행하는게 진짜 정답이다. 다만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해결책이 n가지이기 때문이다.(계급에 따른 해결책이 다를 뿐이다.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는 다르다. 고객이 내가 만든 물건을 사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CEO가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부서 간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머리는 부엉이 몸은 오리 꼬리는 뱀인 부엉오리뱀 돌연변이가 나온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적당한 타협을 지양하기 위해서… 의사소통 계층을 최소화하고 CEO내지는 제품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이것을 실행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이 양반이 그렇게 하지 않을까? 독재주의라는 이름의 효율 아래에서 말이다.

스티브 잡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