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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February, 2007


[서평]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Sunday, February 18th, 2007

시대를 초월하여 책은 지식을 담은 그릇이다. 그러나 그릇의 형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달랐다. 책을 나타내는 한자는 冊이다. 즉 대나무를 반듯하게 갈라서 엮은 죽간 위에 글을 쓴 것이 책이다. 책에 담을 수 있는 지식의 무게보다 책 그 자체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 그 이전으로 올라 간다면 지식을 담는 매체의 무게는 더욱 육중했다.

종이의 발명과 인쇄술의 발명은 지식 밀도(지식의 무게/매체의 무게)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지만, 종이 발명 이후 활자화된 당시의 모든 지식을 모아도 내가 사용하는 하드 디스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용량일 것이다. 첨단화된 자본 시스템 덕분으로 물질의 풍요에 둘러싸인 현대인은 인터넷이라는 정보 혁명으로 지식의 풍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지식의 풍요만큼 지적으로 행복해졌을까?

풍요가 행복의 또다른 얼굴은 아니다.

남아수독오거서라는 말처럼, 죽간에 글을 쓰던 당시에 반드시 알아야할 지식은 현대 사회의 정보량에 비해서 턱없이 적었다. 그러나 선조들은 부족한 지식의 사이를 사색의 시간으로 채웠다. 한 문장을 탐독하고, 산과 들을 거닐며 삼킨 문장을 조심스레 씹어서 내 것으로 만들곤 했다. 이처럼 지식의 빈곤은 사색이라는 또다른 풍요를 낳았다. 현대인은 지식의 풍요 속에서 사색의 시간을 잃어간다.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시대에, 새롭게 생성되는 지식을 흡수하기에도 바쁜데, 읽고 고민하고 쓸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면 사색할 여유가 없다고 변명하는 편이 낫다.

최근 들어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의문이 생겼다. 위에서 현대인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현대인의 모습이 사실은 내 모습인 셈이다. ‘독서의 질’보다는 ‘독서의 양’에 많은 가치를 두었으며, ‘사색의 시간’보다는 ‘속독의 빠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목적보다는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 목적과 수단은 분리할 수 없다. 목적과 수단이 분리된 순간, 누구나 분열증에 빠진다. 예를 들어 ‘돈 벌이가 목적’인 ‘직장 생활이라는 수단’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어느 정도 책읽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책읽기 자체에서 즐거움만을 찾는다. 그러다 보면 이 책 저 책 손에 잡히는데로 읽고, 한 책을 독파하자마자 화전민처럼 다른 책을 찾아 나선다. 독서가 창조 행위가 아닌 단순한 소비 행위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최근 들어 이런 ‘독서 행위’에 대한 반성으로 다른 사람의 독서 습관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안성헌씨의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도 상당한 독서광이다. 나름 자신을 독서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책이 없다면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나도 짧은 출장이나 여행을 가더라도 항상 책을 가져간다. 책이 없으면, 가슴 한 구석이 휑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독서 습관에 눈이 갔다.

저자는 다양한 독서 경험을 토대로, 생산적인 책읽기에 대해서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서 잠시 잊고 있던 독서의 목적성에 대해서 고민한 시간을 가졌다. 나처럼 ‘독서라는 행위’에 의문을 가졌던 분들에게 讀하길 권한다. 아울러 가장 인상 깊은 꼭지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창의적 책읽기 3단계

첫 번째 단계는 많이 읽고 많이 기억하려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투입과 산출의 비율로 이야기하자면 산출보다는 투입이 월등한 비율을 차지하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이 느끼고 배우려면 일단은 뭔가 투입하는 것이 많아야 한다. …

두 번째 단계는 적게 읽고 많이 생각하는 단계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많이 읽고 느끼며 기억했던 것이 누적되었다면 이제는 첫 단계보다는 적게 읽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는 단계라면 두 번째 단계에서는 내용을 이해하고 그 논리를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세 번째 단계는 적게 읽고 많이 쓰는 단계이다. 글쓰기는 자체가 창조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글을 쓰면서 지금까지 머릿속에 있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분야로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