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라는 게 뭐지?
Wednesday, March 21st, 2007프로젝트를 하면서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빌어먹을 계획이 무슨 소용이야. 계획 세울 시간에 차라리 코드 한 줄을 짜겠다.”
우리가 몸 담은 프로젝트의 현실을 보면, 이렇게 말하는 것도 과장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할지, 프로젝트 WBS를 열어 보거나, 주간 업무 계획표를 살펴 보면, 어제 짜놓은 계획도 오늘과 맞지 않을 때가 많죠. 컨디션이 안 좋기라도 하면, “오늘은 대충 하지”라는 생각으로, 계획을 고치지도 않고 손에 잡히는 데로 일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갑갑한 현실은 잠시 잊고, 박하사탕처럼 상큼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 보죠.
먼 미래에는, 과학은 고도로 발달하여 사람이 언제 무슨 일로 죽을지 예측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은 이성에 근거해서 판단합니다. 즉, 예측이 곧 현실인 세상이죠.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면, 몇 명의 개발자가 필요하고, 개발은 O월 O일, O시 O분 O초에 끝날지까지도 예측할 수 있으며, 그 시간에 프로젝트가 끝납니다. 즉, 개발자는 9시에 출근해서 코딩을 시작해서, 정확히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코딩을 시작해서 6시면 컴퓨터를 끄고 집에 가죠. 이런 이유로, 계획대로 프로젝트가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세계랍니다.
자! 정신 차리세요. 이제 현실입니다. 꿈같은 미래 세계에 잠시 다녀 오시니까, 기분이 어떤가요? 내일, 아니 당장 오늘이라도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이 더 숨막히게 느껴지지 않나요? 현실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미루어 두고, 계획과 현실의 불일치의 다른 면을 살펴보죠.
모든 것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든 것을 안다는 뜻이죠. 즉, 더 이상 배움이 존재하지 않는 삶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많은 것을 배우시나요? 제 경우는,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말을 되뇌이는 순간입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정확히 깨닫는 순간, 저는 그것을 배워야겠다는 열정이 생깁니다. 제 경험을 조금 일반화하자면, 자기 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지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계획과 현실의 불일치는, 바로 무지를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그러나 현실과 계획의 차이가, 배움의 순간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계획을 성실히 세워야 합니다. 프로젝트는 마라톤과 비슷합니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 적절한 체력 분배, 코스에 따른 공략 방법 같은 준비와 계획이 필요합니다. 즉,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달려보고 힘들면 쉬었다 달리고, 몸이 가벼우면 빨리 달려 봐서, 완주를 할 수도 없으며 더 나가서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계획과 현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배움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해도, 현실은 그다지 변하지 않습니다. 내가 아무리 계획을 철저하게 세웠다고 해도, 상관이 변덕을 부리거나, 고객이 마음을 바꿔 버리는 순간, 계획은 모래성이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세상에는 두 가지 것이 존재합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내가 바꿀 수 없는 것… 조금 달리 말하면 나와 나를 제외한 세상입니다. 변덕스러운 현실이 내 것이 아니라면, 계획과 현실의 차이는 배움의 기회. 즉, 내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