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August, 2007


애자일 프랙티스

Wednesday, August 15th, 2007

세 번째 번역 작업의 결과인, 애자일 프랙티스가 곧 출판됩니다. 이 책을 계기로 애자일 방법론이 현업에 많이 적용되길 바랍니다(큰 욕심이지만요. :) ). 좋은 책으로 만들어 주신 인사이트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과, 바쁘신 가운데 리뷰를 해주신 권정혁님, 김성안님, 손경욱님, 주성식님, 최재훈님께 감사드립니다. 공역자인 친구 태중군이 없었다면 힘든 작업이었을 겁니다. 끝으로 역자 서문을 올립니다.

역자서문 

제가 애자일 방법론, 즉 XP(Extreme Programming)를 실무에 처음 적용한 것은 4년 전이었습니다. 책과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애자일 방법론을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싶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당시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멤버는 저와 선배사원 한 명이 전부였습니다. 평소 코드가 비슷했던 선배사원을 꼬셨습니다.

“선배! 기존 개발방법론보다 결과도 더 낫고 결정적으로 칼퇴근이 가능한 방법론이 있다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적용해 보는 게 어떨까요?”

사실 선배가 칼퇴근이라는 감언이설(?)에 넘어오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우리는 칼퇴근 이상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했습니다. 프로젝트 일정으로 채워진 달력이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프로젝트의 내용은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주인공과 배경만 바뀌고 스토리는 비슷한 드라마와 같았습니다. 프로젝트 제안서는 항상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었지만, MS 프로젝트에 적힌 일정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처절히 깨닫게 해주었고, 제안서에 속은 고객은 허기를 달래려고 프로젝트 팀원들을 잡아먹으려 했으며, 목숨이 위태로워진 팀원들은 제안서에 그려진 이상향을 땅 위에 실현시키고자 프로젝트룸에서 청춘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책으로만 접한 애자일 방법론을 실전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마다 의욕 넘치게 시작했던 스탠드업 미팅은 카페인 부족으로 생긴 금단증상 때문에 며칠씩 건너뛰었고, 호랑이의 기백이 가득했던 단위테스트는 고양이 울음소리 비슷한 printf( )가 되었으며, 나침반이라고 생각했던 현장고객의 목소리는 업무를 방해하는 소음처럼 들렸습니다. 의욕적으로 출항했던 애자일 프로젝트는 난파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선배와 저는 뜨거운 인스턴트커피를 앞에 두고 고민했습니다. 즉, 애자일 방법론을 걷어내고 기존의 개발방법론을 따를 것이냐의 이야기였죠. 커피가 식을 때까지 벌인 난상토론의 결과, 우리가 실패한 원인은 애자일 방법론을 지나치게 교과서대로 따르려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XP 진영에서 나온 이야기대로라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생각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시도했다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죠. 즉, 애자일 방법론을 추구하는 우리의 자세는 전혀 애자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실현하기 쉬운 실천방법을 하나씩 적용했습니다. 가장 먼저 적용했던 실천방법은 짝 프로그래밍이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우리는 같은 노트북을 앞에 두고 코딩했습니다. 사실은 쉽게만 생각했던 짝 프로그래밍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당시까지의 회사 생활을 통틀어 그때처럼 업무 효율이 높았던 때는 없었습니다. 키보드를 붙잡으면 머리가 깨질 정도로 코드에 집중했고, 옆에서 지켜볼 때는 더 나은 알고리즘이 존재하는지, 코딩룰을 지키는지 끊임없이 살폈으며, 코드를 두고 쉬지 않고 토론했습니다. 결국 8시간 근무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어버렸습니다. 퇴근시간이 되면 집으로 갈 체력만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짝 프로그래밍이 자리를 잡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코드 공동소유는 당연한 일이 되었으며, 배움의 선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상대방의 강점이 배움의 기초가 되었기에, 둘의 실력은 향상되었죠. 또한 끊임없이 대화했기에, 의사소통의 작은 오해 때문에 생기는 구현의 큰 오류는 사라졌습니다. 작은 성공 경험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으며, 결국 코드 품질을 높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내정치적인 요소만 없었다면(애자일 방법론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더욱 결과가 좋았을 겁니다. 절반의 성공인 셈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이 프로젝트로 애자일 방법론의 강력함을 깨달았으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4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애자일 방법론은 유비쿼터스해졌습니다. 즉, 애자일 방법론은 소프트웨어개발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산업계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애자일이 산업계 전반에 퍼지는 것처럼, 애자일 방법론의 발상지였던 소프트웨어 진영에서 보편화되었을까요? 다시 말해 4년 전에 제가 경험했던 것이 이제는 개발자들의 일상이 되었을까요?

개발 사이트나 개발자들의 블로그를 통해 보는 그들의 삶은 변한 게 없는 듯합니다.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개념 없는 영업자, 스스로를 왕이라고 생각하는 꽉 막힌 갑, 야근은 기본이고 특근도 필수라고 생각하는 관리자들, 미래가 보장되는 않는 불안한 개발자 인생.

물론 개발자의 인생이 고단한 것은 개발자들만의 탓이 아닙니다. 갑, 을, 병, 정으로 이어지는 말도 안 되는 하도급 관계, 과도한 업무량, 관리자의 형편없는 의식수준 등 수많은 것들이 개발자의 인생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개발자들을 둘러싼 답답한 현실들이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즐겁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지속적인 통합 도구는커녕 버전 관리 시스템조차도 사용하지 않는 프로젝트팀이 많습니다. 고객을 훌륭한 테스터로 여겨 단위 테스트를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개발자도 있으며, 팀원 간의 상호 의사소통보다는 반목이 팽배한 현장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네 프로젝트 인생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도 결국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즉,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열정을 쏟으며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드는 것과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탓하며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누군가의 도움만을 바라며 똑같은 오늘을 보내는 것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문제입니다. 다만 여러분이 조금씩 개선되는 길을 선택하였다면, 이 책이 쉽지는 않은 그 길을 안내해줄 겁니다.

생각의 거품 : 맥주만 거품이 있냐?

Tuesday, August 7th, 2007

거품은 맥주의 적?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빌딩 너머로 꼬리를 감출 무렵. 동료들과 들린 회사 앞 비어하우스. 급하게 주문한 하우스 맥주가 나왔다.

모두가 잔을 들어 ’건배!’를 외칠려고 할 때, 김대리가 제지했다.

“잠깐! 이거 맥주반 거품반이잖아. 정통 비어하우스라면서, 이 사람들 맥주 따를 줄 모르네.”

김대리는 서둘러 종업원을 불렀다. 다시 나온 김대리의 맥주 잔에는 종이보다 얇은 거품만이 있었다. 김대리는 다시 나온 맥주에 만족했다. 그리고 모두가 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

가뭄 끝에 내리는 소나기가 타들어 가던 계곡을 시원하게 적시듯이, 거품 하나 없는 맥주는 목을 타고 내려가며 쌓여있던 모두의 스트레스를 씼어버렸다.

여름은 맥주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더위 때문에 조금이라도 땀을 흘렸다면,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호프집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잔! 이보다 더 좋은 신선놀음은 없다(물론 술을 조금이라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술문화가 워낙에 발달한 나라이다 보니,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몇 가지 주도(?)에 통달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을 최대한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의 맥주잔을 채워줄 때, 거품이 잔뜩 생기기라도 하면 타인에 대한 정 혹은 배려(?)가 모자른 것으로 간주된다.

거품을 좋아하는 사람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맥주의 참맛은 맥주 자체에 있다. 그러기에 맥주에 거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깔끔한 목넘김을 방해한다. 따라서 ‘거품 없게 따르기’='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공식이 나온 것은 ‘깔끔한 맥주 즐김’을 위한 방책이 아닐까한다.

세상이치는 비슷하게 통한다.

인간은 생각하기에 존재한다. 너무나 많이 들은 이야기이기에 케이블TV에서 해주는 재방송 드라마보다 식상하다. 그러나 출근길의 버스에서, 지루한 회의 중간에, 잠자기전에도 생각해 보아도 사유하는 나와 존재하는 나를 분리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렇다! 난 생각하기에 존재한다!

새로운 하루, 처음 든 생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핸드폰 모닝콜 소리에 단잠에서 깨어날 때, 무거운 몸을 바로 세우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는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으며, 살아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하고, 출근할 직장이 있다는 데 감사할 따름이라면 너무나 축복받은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며, 왜 살까라는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하고, 아침에 눈 뜨는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저주하기도 한다.

물론 나도 평범한 사람이기에,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맑은 생각이 나기도 하고 쓸데없는 자기비하에 빠지기도 한다. 좋은 생각이 들면 그날은 행복하지만, 나쁜 생각이 드는 날이면 어떻게 해서든지 나쁜 생각을 몰아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쁜 생각이 머리에 잡은 날일수록 긍정적인 생각은 나쁜 생각이 더 번지게 만드는 휘발유 역할을 한다.

‘거품’과 ‘맥주’는 고유한 이름이 있지만, ’맥주’와 ‘거품’은 하나다. 거품이 허상이라면 맥주는 본질에 가까운 것이다. 맥주가 잔에 담기면서 맥주잔 속에는 ‘실재’와 ‘허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면서 ‘나쁜 생각’과 ‘맑은 생각’이 공존하는 시간이 있다.

바퀴벌레 잡듯이, 눈을 떴을 때 드는 나쁜 생각을 거둬내려고 노력했지만…

맥주 잔 속의 거품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처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머리 속을 지배하는 나쁜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곤 만다는 것을 경험했다. 다만 거품이 맥주의 일부이듯이, 나쁜 생각도 나의 일부라는 것만을 명심하면 된다.

이 방법에서 주의할 점은 몇시간이 지나도 그리고 며칠째 계속 나쁜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맥주의 상태가 안 좋으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거품이 사라지고 목넘김이 깔끔한 맥주가 되진 않는다. 즉, 다른 곳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비용절감, 아웃소싱이 진정한 대안일까? 2부

Wednesday, August 1st, 2007

‘락앤락’의 뉴패러다임

 

한 때 39,900원 내지 49,900원 시리즈로 홈쇼핑을 점유했던 락앤락을 기억하는가? 환경 호르몬 때문에 그 인기가 잠시 꺾였지만. 집집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배고픔을 달래줄 반찬을 담은 락앤락이 한 두 개쯤 있을 게다.

그깟 프라스틱 반찬통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지만. 세상은 열린 눈으로 바라보려는 자에게 그 만큼의 세계를 보여주는 법이다. 하찮게 보이는 락앤락에도 사연이 많다. 자! 그럼 락앤락의 세계에 빠져보자.

참고 기사 : 한겨레, ‘평생학습’으로 3D업종 고민 벗어났다

2004년에 락앤락은 인천, 아산 등지의 공장을 통합하면서, 306명의 종업원 가운데 50여명의 여유인력이 생겼다. 헉! 50명이나 노는 인력이 생기다니. 일반적인 회사라면,이 남는 인력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 수학공부한 게 아니라, 수학공식을 외웠다(내가 다닐 때만 해도 공식유도를 하거나 증명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 어찌 되었건, 공식외우기에 이골이 나있기 때문에, 우리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문제를 풀기 보다 답을 쉽게 얻는 공식이나 남이 어떻게 했는지 레퍼런스부터 찾는다.

잠깐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지만, 이런 공식찾기 습관은 기업 구조조정에서도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 남는 인력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피를 보지 않는 방법은 유휴인력을 다른 부서에 배치하는 것이다. 물론 자리가 남아야 한다는 치명적인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만약 남는 자리도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우울하지만 정리해고만이 남는다. 진짜???

그러나 락앤락은 앞에서 말한 구조조정 공식을 따르지 않고 창의력을 발휘했다.

source from 한겨례

락앤락은 대부분의 사출공장이 하는 2조 주야 맞교환을 버리고, 종업원을 3개조로 나누어 나흘간 12시간씩 근무하고 이틀을 쉬게 했다. 이렇게 하면 근로자의 주당 근무시간이 72시간에서 56시간으로 줄지만, 공장을 연중 무휴로 운영하기 위해서 더 많은 근로자가 필요해지기 때문에,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여유 인력 50명을 고용할 수 있게 되었다. 휴~ 다행이다!(수 많은 아주머니들이 식당으로, 용역회사로 일거리를 찾아 떠나지 않아도 됐다)

3개조로 공장을 운영하려면 근무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락앤락 직원은 월급이 5~10만원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줄어든 월급 때문에 공장을 떠난 노동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공장에 남았다. 월급은 줄었지만 휴식시간이 늘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여유를 찾게 되었다. 아울러 회사는 일년에 12일씩 안전, 품질관리와 다양한 교양 학습을 실시하였고, 이 때문에 직원들끼리 어울리는 자리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만약 락앤락 사례가 일자리 나누기로 끝났다면, 난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방에서 땀을 흘려가면 이렇게 블로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락앤락은 일자리 나누기, 종업원 교육을 해서 

  • 락앤락 직원들이 일자리를 보존해 준 회사에 신뢰를 갖게 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를 쏟아냈으며
  • 품질불량도 줄었다

다고 한다.

한마디로, 락앤락은 구조조정이나 아웃소싱이라는 흔해빠진 비용절감 전략을 취하는 대신, 창조적인 일자리 나누기라는 방법으로 고용창출과 품질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개선은 현장에서

인텔의 창업자인 앤드류 그로브는 중국과 인도에서 미래의 선진기술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진국이 제조부문을 아웃소싱하면서 인도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밥을 먹고 현장에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 현장 관리자, 엔지니어 만큼 당장 개선할 문제를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내가 락앤락 사례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일자리 나누기’보다 일자리 나누기로 다양한 학습기회와 여유시간을 가지게 된 근로자들이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교육시간에 아줌마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느끼는 불편과 개선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절차 등을 줄여 생산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쏠쏠했다.

예컨대 제품 포장을 맡는 생산2부 사원들은 크기가 다른 반제품을 색깔이 다른 비닐에 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반제품은 표면에 흠이 생기지 않게 비닐을 씌우는데, 색깔별로 구분하니 손놀림이 전보다 빨라졌다. 또 플라스틱 사출기에서 나온 제품을 검사하고 마무리 공정을 하는 생산1부에서는 상자 받침대에 바퀴를 달아 힘든 일을 줄였다.

한겨례 기사에서

여기서 가정 하나를 해보자. 락앤락이 50여명의 유휴인력을 정리해고했거나, 공장 자체를 해외로 이전했다면 이런 개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을까? 단연코 아니다! 아웃소싱을 통한 달콤함만을 쫓는 기업은 락앤락처럼 땀이 담기고 깊은 향이 나는 과일을 배어 먹을 수 없다!

나가면서… 아웃소싱은 독인가? 

잠깐! 이런 글을 쓴다고, 아웃소싱이나 구조조정은 사회 악이라고 규정짓는 것이 아니다. 목숨이 위험한 형국인데도 걷지 못하게 된다는 이유로 썩은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려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다리를 절단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다만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고, 다른 치료법이 존재하는데도 제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웃소싱과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들이데는 형국은 피해야 한다.

아웃소싱이라면 이미 만연해 있는 SI 분야에서, 모SI 기업의 해외 아웃소싱 루머는 새로울 게 없다.

문제라도 너무 익숙해져 있으면,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다! 일찍이 GE의 잭 형님은 내 뒷마당이 남의 앞마당이 되는 것이 아웃소싱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뒷마당이 진짜 우리집 뒷마당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가끔 사돈이 아웃소싱한다고 덩달아 우리집 앞마당을 아웃소싱하는 이도 있으니까!

*참고 : 락앤락이 일자리 나누기와 학습 조직에서 동생 뻘이라면, 유한양행은 형 뻘정도가 된다. 유한양행의 일자리 나누기 성공기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