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원래 이용하던 세탁소가 상당히 친절했지만, 새집에서 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세탁소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새집 근처에는 세탁소가 한군데밖에 없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더군요. 세탁물을 수거해가는지,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세탁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기 위해서 세탁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네, OO세탁소입니다.
세탁물 수거해 가시나요?
아니요.
가격은 어떻게 되죠?
뭘 맡기실건데요?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알고 싶은데요.
(짜증나는 목소리로)뭘 맡기실건데요?
가격만 알고 싶어서 그런데요.
(다시 짜증나는 목소리로)세탁물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져서 그러니까, 뭘 맡기실지 말씀하시라구요.
(저도 기분이 나빠졌습니다)바지와 와이셔츠 정도요.
바지는 900원이고 셔츠는 1,500원요.
알겠습니다.
가격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지만, 전화받는 분의 짜증섞인 목소리 때문에 세탁물을 맡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집근처에 세탁소가 그 곳밖에 없다는 거죠. 냉철한 제 이성이 저렴한 가격과 가까운 거리의 세탁소라는 이유를 대면서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였지만, 돌아서버린 마음이 풀리지 않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원래 이용하던 세탁소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세탁소 주인 아저씨가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시더군요. 이사 간 집은 어떤지. 별일없이 잘 지내는지. 이사 간 사실까지 기억해 주시는 세탁소 아저씨 때문에 쌀쌀맞은 전화로 상처받은 영혼이 치유되는 듯했습니다.
세탁소 아저씨께 세탁물을 수거해 가실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집까지 오시겠다고 대답하시더군요. 물론 돈이 되기는 하지만, 거리상으로 상당히 멀기 때문에 귀찮으실텐데. 그런 기색이 하나도 없으시더군요. 감사한다는 인사를 전하고 전화를 끊고 생각해봤습니다.
대단지 아파트단지를 독점하는 불친절한 세탁소 입장에서, 제가 맡기는 세탁물의 양은 세발의 피겠지만.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일주일동안 상당한 분량의 세탁물이 나올 것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지만, 한달에 한번 정도 외식할 수 있는 돈벌이 기회를 불친절한 전화 응대 한번으로 날려버린 세탁소가 멍청해 보였습니다.
고객만족을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베개보다도 두꺼운 서비스 메뉴얼을 만들어, 직원들의 뇌리 사이사이에 서비스 정신을 심어넣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고객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버리는 진정한 서비스 마인드는 법전보다 두꺼운 메뉴얼에 나오지 않습니다.
디즈니랜드에서 품질의 의미
디즈니랜드에서는 트램 운전사도 배우다. 한 친구가 호텔로 돌아가는 트램 안에서 우는 소녀를 본 트램 운전사 이야기를 해줬다. 운전사는 소녀가 우는 이유를 물었고, 미키마우스를 보려고 몰려든 군중이 너무 많아 그 소녀가 미키에게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했다는 걸 알아냈다. 그 운전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 소녀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기다리는 미키마우스를 볼 수 있었다. 그 소녀는 너무 좋아했다. 운전사는 그녀가 잊을 수 없는 환상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한 것이다.
린 소프트웨어 개발, 포펜딕 부부, 인사이트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소녀는 평생 디즈니랜드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지닐 것입니다. 이것은 수 많은 비용을 쏟아붓는 마케팅보다 효과적입니다. 아마도 그 소녀는 언젠가 자식을 낳고, 손주를 보게 될겁니다. 자식과 손주에게 자신이 경험한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서 디즈니랜드에 데리고 가겠죠. 물론 많은 돈을 쓰면서요.
이런 고객지향적인 서비스는, 기계적인 매뉴얼에 나오지 않습니다. 고객과 만나는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으로만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매뉴얼이 잘 만들어져 있고, 시스템이 체계적이라더도 회사를 움직이는 구성원이 형편없다면 소중한 고객을 잃게 됩니다.
결국 인사가 만사인 셈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업은, 사람을 남기는 장사입니다. 바지 한벌에 수백억 소송을 거는 진상같은 고객도 있지만. 지속적인 돈벌이, 따뜻한 정서교류와 직업적인 만족을 안겨주는 훌륭한 고객이 더 많습니다.
단지, 고객을 향한 진정한 배려를 할 줄 안다면 말이죠. 이게 단순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image from http://past.nationalgeographic.co.kr/contest/ng_result.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