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은 현재 상황(condtions)이나 이전의 이력(history)을 반영하는 상태(states) 및 그 변화(transition)에 따라 다르게 동작할 수 있다.
위 문장을 이해하려면, 단기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야 한다. 위 문장을 쉽게 이해했다면, 이 포스트를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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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가깝게 정규교육을 받고, 지식노동으로 9년 동안 돈을 벌고 있으며 번역도 해봤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말에는 배울 게 무척이나 많다. 비관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말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뜻이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배움의 기쁨을 앞으로도 누릴 수 있다는 것.
번역을 하면서 여러가지를 배웠지만. 최근에 느끼는 것은, 영어가 명사 중심의 문장이라면 우리나라 말은 동사 중심의** 문장이라는 점이다. 즉, 문장을 맛깔나게 쓰기 위해서, 동사가 활어처럼 팔딱팔딱 튀어야 한다
영어에서는, 명사가 문장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명사를 꾸미는 방법이 다양하다.
… beautiful young lady with laptop computer and mp3…
beautiful, young이라는 형용사 두 개, with로 시작하는 부사구가 모두 lady를 꾸며주고 있다. 힘 약한 아가씨도 무거운 형용사와 부사구를 가뿐히 들어올릴 정도로, 영어의 명사는 힘이 쎄다. 물론 우리나라 말도 영어 예문처럼 명사를 꾸미는 형식으로 쓸 수 있지만. 성질 급한 사람이 이런 문장을 읽는다면, 아가씨가 나오기 전에 숨이 넘어갈지도 모른다.
…컴퓨터와 mp3를 들고 있는 아름답고 젊은 아가씨…
물론 영문장에 많이 익숙해져서, 위의 문장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명사를 꾸미는 말이 많은 문장은, 왠지 번역투의 문장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자.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사랑한다.
위의 문장도 그렇게 이상한 문장은 아니지만. 동사 중심의 문장으로 고쳐쓴다면, 조금 더 쫄깃쫄깃할 것 같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어머니는 모두 자식을 사랑한다.
고치기 전에는 ‘모든’이 ‘어머니’를 꾸며주었지만, 고친 후에는 ‘어머니’에게 짐이 되던 관형사형용사가** 뒤로 가 ‘어머니’에게 힘을 보태주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에, 문장이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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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스트를 열었던 문장으로 돌아가보자.
시스템은 현재 상황(condtions)이나 이전의 이력(history)을 반영하는 상태(states) 및 그 변화(transition)에 따라 다르게 동작할 수 있다.
이런 문장이 전형적인 번역투의 문장이다. 문장의 주체인 ‘시스템’과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작하다’ 사이에 돌덩어리 같은 명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시스템’이 열심히 달리고 싶어도, 문장 중간에 있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위 문장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시스템이 다양한 인자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즉, ‘영향을 받는다’는 말도 하고 싶고, ‘영향을 주는 인자’들이 무엇인지 한 문장에서 이야기하려다 보니, 문장이 체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말은 동사가 살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주체나 명사들이 문장에 많으면 동사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따라서 쓸데없는 돌덩어리는 치우는 게 좋다.
이런 논리로 문장을 고치면
시스템은 여러가지 요소 때문에 다르게 동작할 수 있다. 즉, 이런 요소로는, 현재 상황, 이력을 반영한 상태, 변화가 있다.
돌덩어리를 한 쪽으로 치웠기 때문에, ‘시스템이 다르게 동작한다’는 의미도 명확하게 전달하면서, 이런 인자로 무엇이 있는지도 눈에 금방 들어온다. 두 번째 문장 앞에 ‘즉’이라는 부사도 넣어 부연설명을 하는 문장이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 이 문장을 건너뛰는 선택권도 독자에게 준다.
내 눈에 들보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 포스트를 쓰는 게 두렵기는 하지만. 문장을 잘 쓰겠다는 공약이라 생각하고 용기내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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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사보다는 서술어가 더 적합합니다. 명사와 대구를 짓다보니 ‘동사’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mycogito님이 의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