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March, 2008


직관… 팀장님! 그건 비겁한 변명이십니다.

Monday, March 24th, 2008

며칠 전에, 팀원과 함께 설계작업을 했습니다. 의사결정할 것이 여섯가지 있었습니다. 다행스러웠던 점은, 다섯가지 문제에 대해 팀원과 비슷한 생각을 했고. 불행했던 점은, 한 가지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이죠.

마지막 문제에서, 제 방법이 맞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제 방법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옳다고 믿는 것도 틀릴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며. 결국 팀원이 개발할 것이기 때문에, 팀원 스스로가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품지 않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에. 팀원과 제 의견이 다를 때, 무턱대고 제 의견을 주장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찌되었건. 이런 생각을 항상 품기에, 팀원이 주장하는 해결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놓친 것은 없는지, 팀원이 제시한 해결책이 더 나은지. 여러 가지로 고민했습니다만, 그래도 제 아이디어가 더 좋아 보였습니다. 그렇다도, 팀원이 제시한 해결책이 어디가 문제인지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잘못하다가는, 또 황희정승 오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OO씨 아이디어도 괜찮은데, 구현하면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나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라고 정확하게 짚어주면 좋을텐데. 그게 어렵네요.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제 직관이 그렇게 말하네요. 결국엔, 어떤 아이디어로 구현하길 정하기 어려우니까, 고객들하고 이야기해보죠.

공을 고객에게 떠넘긴 해결책이 되었지만, 프로젝트에서 솔로몬 왕은 고객이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직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팀원이 속으로, “팀장님! 그건 비겁한 변명이십니다!”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 어쩔 수 없죠. 경륜으로 쌓인 직관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키는 것을요.

가끔 해결책이 없을 땐, 직관을 따라야겠습니다. 하하하!

문장 리팩터링2: 문장아! 달려라!

Wednesday, March 19th, 2008

이번에는 TDD를 도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의 문장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TDD, 그것 도입하기 쉽지 않을 텐데’라는 불안이 먼저 앞서시는지요. TDD를 도입하기 어려운지, 쉬운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위의 문장을 보고 있노라니, 다리가 부실한 육상선수가 떠오릅니다.

앞서 쓴 글들(문장 리팩터링1, 토씨야! 힘내라!)에서 강조하였듯이, 우리말은 서술어가 살아야, 문장이 팔딱팔딱 뜁니다. 하지만 서술어 중심으로 문장을 만들고, 허리역할을 하는 토씨를 적절하게 잘 사용해도. 문장을 달리게 하는 서술어가 부실하다면, 승천하는 용에 도룡용의 눈을 그려놓은 셈이요, 잘 쑤어 놓은 죽에 재채기하는 꼴입니다.

서두에서 예를 든, 문장이 바로 다리가 부실한 문장입니다. 예문에서는 ‘TDD 도입의 가능성’과 ‘가능성에 대한 의심내지는 추측’이 섞였습니다. 상당히 정치적인 문장이죠. 이런 문장은, 회사 보고서에서 많이 접합니다. 특히 윗분들에게 보고하는 문서에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작성자도 자신이 쓴 문장에 진의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꼬아 놓은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글은 생각을 반영하기에, 생각이 곧다면 글도 곧습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쓴 글은, 난잡한 책상보다 더 정신이 없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생각부터 쇠를 잘라낼 정도로 날카롭게 정리해야겠죠. 마음을 잘 추스렸다면, 좋은 글은 쉽습니다.

문장에 기백이 넘치려면, 서술어가 코끼리 다리처럼 튼튼하면 됩니다. 힘이 넘치는 서술어를 쓰려면, 한 문장에 하나의 뜻만을 담으면 됩니다. 예문처럼, 가능, 추측, 불안을 담지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만 담습니다. 제 생각엔, 예문을 쓴 사람의 의도는, TDD를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능, 추측, 불안을 담기보다. 이렇게 쓰는 게 어땠을까요?

이번에는 TDD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왠지 TDD를 도입하는 게 너무 쉬워보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것 같으면. 다른 문장으로 TDD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문장 두 개를 사용해야,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지만. 앞에서 든 정치적이고,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문장보다, 한 문장에 뜻 하나를 담은 문장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저는 관대합니다. 책에 대해선…

Thursday, March 6th, 2008

돈이 없을 때, 즉 한정된 돈으로 다양한 것을 해야 했을 때. 책 사기에 상당히 엄격했습니다. 사실,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 가서 읽었죠. 가끔 읽고 싶은 새책이 나오면. 교보, 영풍, 종로서적(역사 속으로 사라진)을 돌아 다니면서 스탠드 리딩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절약정신으로 읽지 못하는 책들이 있었습니다. 이상엽씨가 쓴 MFC 책으로 대표되는 바이블류, 즉 책 분량 때문에 서서는 후기를 읽지 못하는 책들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용돈을 쪼개어 사고 못사면 용돈을 모아 샀습니다.

지금도 쓰고, 버리고, 파묻어도 남을 정도로 월급을 받지 못하기에. 계획적인 지출을 해야지만… 이상하게 책만 보면 아무생각 없이 지르고 맙니다. 거참.

이러다 보니, 재미있을 것같아 샀지만. 두 페이지도 읽지 않고 옆으로 치워버리는 책들이 나옵니다.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이 몇 권이 되는지 세는 것을 포기한지도 오래되었고요. 이런 것을 보면, 전 관대합니다. 책에 대해서.

그러기에, 예전에는 제목에 낚이고, 서평에 낚여 책을 산 경우. 저자나 출판사를 비난했지만. 지금은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관대함을 베풉니다. 참 관대하죠!

***

가격이라는 게 숫자이기에, 정량적으로 보이지만. 가격은 정량성을 가장한 정성적인 것입니다. 백만원짜리라는 가격표가 붙은 노트북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스펙이나 디자인을 보면 사고 싶지만, 가격에 부담이 되어 구매가 망설여집니다. 그런데 가격표를 다시 보니,

50퍼센트 세일, 정가 이백만원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여러분이 노트북 앞에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반대로 꼭 사야하는 노트북이 있습니다. 업무에 필요하기 때문이죠. 전자상가에 나갔다가, 그 노트북을 봤습니다. 막상 사려고 가까이서 보니, 가격표에

물량 부족, 오십만원 → 백만원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런 선택의 프레임에 놓이면, 정량적인 가격은 정성적인 것으로 돌변합니다.

***

그러기에,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떤 사람에게 재화의 가격은 비쌀 수도. 쌀 수도. 적당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책 값이라도 저같이 관대한 사람을 만나면 싼 책이 되고. 엄격한 잣대를 지닌 분을 만나면 원가 구조를 토해내야 하죠.

물론 어떤 물건이 비싸다고 할 때, 그 이야기 속엔 폭리를 취한다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폭리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까요? 정말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책값이 비싸다고 말한다면, 전체 시장의 평균을 두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개별 출판사를 두고 이야기할 수도 있으며. 개별 책으로 두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죠.

따라서 적자를 내는 출판사도 있고, 좋은 책을 내지만 간신히 운영되는 출판사도. 밀리언 셀러를 내고 빌딩을 세우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종이값도 되지 않는 가격의 책도 있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책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누군가엔 책값이 비쌀 수도.

저처럼, 누군가는 책값에 관대할 수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황희정승께서 형님하고 가시겠네요. 니말도 맞고, 그러고 보니 삼식이 말도 맞네.

거참!

긴 글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출판사가 얼마를 남겨야 하는 문제는, 중력 텐서를 풀어내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즉, 수학문제가 아니라, 이념의 문제이며, 누가 얼마를 먹냐는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전 관대하다는 이유로, 책값이 싸다는 면제부를 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것은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들이 좋은 책을 내서, 제가 앞으로도 계속 관대해지게 만들어 주시는 겁니다. 상당히 이기적인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으로도 책에 대해서 관대해질 생각입니다.

대충 :) 이런 귀여운 모습으로 마무리합니다. 총총총…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이럴 수가!

Wednesday, March 5th, 2008

악! 3,500원

이럴 수가

열린책들 편집부에서 엮은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이 단돈 ‘3,500원’이다. 책 원가 구조를 잘 모르지만, 연봉빼고 모든 게 오르는 세상인데. 이 가격에 종이값이나 나올지 모르겠다(종이 값도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책가격에 놀라 본말이 전도되었는데, 몇 번의 번역 경험과 글쓰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말 문법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한 눈에 들어오게 정리된 책이 없었다. 키보드 옆에 놓인 빨간표지의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이 그런 책인 듯하다.

제대로 득템한 듯. 관심영역이 1도라도 차이나는 분들에게 3,500원도 비싸게 보일테지만, 내 기준으로 이만원(고작 이만원인가? 하하하)이 넘어도 소장하리!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