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April, 2008


블로그, 그 경제적 가치

Saturday, April 26th, 2008

롱테일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참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우리속담과는 달리, 꼬리가 길수록 좋다니. 참! 바다 건너 그네들의 사고방식이란, 기발하죠. 창고에 칸칸이 쌓아둔 재고서적이 아마존을 먹여 살리고, 구글을 사랑하는 전세계 블로거들이 달아둔 애드센스 덕분에, 구글은 브랜드 파워 1위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롱테일은 기업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인 것은 맞는 듯합니다.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자신들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면요. 그런데 이런 롱테일이라는 게, 애드센스를 붙이는 블로거나, 1쇄 정도(대략 2,000권)를 찍어내는 작가 입장에서도 열광할만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롱테일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롱테일은, 현재까지 어떤 기업의 꼬랑지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개인(블로거 혹은 브랜드 파워가 약한 작가)에게 초기에 심어준 환상만큼, 혹은 개인이 기업에게 기여한 만큼 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즘 드는 의문은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인터넷 환경에 놓여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롱테일이라는 것이 시간을 쪼개가며 블로깅을 하는 블로거들에게 경제적으로 얼마나 보상해줄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의 제 대답은 ‘글쎄요’입니다.

아직까지는 먼나라 이야기로 생각되는, 꼬랑지 이야기는 옆으로 치워두고. 글쓰기를 좋아하니, 블로그가 작가나 번역가에게 경제적으로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지 생각해 봤습니다.

블로그의 인기지수는 RSS 구독자수라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RSS 구독기는, 한RSS입니다. 한RSS에 약 400개 정도의 블로그를 등록해두고 글을 읽습니다만, 시간은 제한되고 포스트는 많다보니 등록해 둔 블로그의 포스트를 모두 읽지는 못합니다.

제가 보이는 포스트 읽기 패턴을 (무리한 면이 있지만) 일반화시키면, 제 블로그를 등록해둔 구백여명에 가까운 분들이 모두 제가 올린 글을 읽지 않으시겠죠. 아울러 lens라든지 메타블로그 사이트가 있기에, 구독자수보다 내가 올린 글이 얼마나 많이 읽히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보면 열독률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RSS구독자수와 열독률에 대한 의미있는 통계가 없기에… 정확하게 열독률이 얼마나 될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열독률이 RSS구독자수 대비 20~30퍼센트# 정도가 된다면, 읽을만한 꺼리를 충실히 제공하는 좋은 블로그란 생각입니다.

열독률은, 출판을 꿈꾸는 블로거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제 생각엔, 열독률은 어떤 블로거가 책을 내었을 때,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책을 사줄 최초 독자의 수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RSS구독자수가 천명이고 열독률이 10퍼센트 정도인 어떤 블로거가 책을 낸다면… 약 100명 정도는 이 블로거가 낸 책을 기꺼이 사지 않을까요? 말하자면 열독율을 통해, 책을 내었을 때 1쇄를 팔 수 있을지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겠습니다.

블로그가 작가나 번역가에게 주는 눈에 보이는 경제적인 보상은, 위에서 말씀드린 정도입니다. 책을 초기에 구매한 독자들이 구전마케팅으로 책을 소개해주더라도, 시장에 존재하는 캐즘을 극복할 정도의 컨텐츠를, 책이 담아내지 못한다면… 1쇄에서 멈추고 말겠죠.

그래서 결론은 이렇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블로그는 도구일뿐, 실력만이 밥먹게 해준다’입니다.

# 이 수치도 어떤 통계적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대략 제 추측입니다.

## RSS 구독자수, 열독률이 초기 서적구매로 연결되는 거라고 단정할만한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모델입니다. :D

승자독식사회

Monday, April 21st, 2008

대학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학교 앞에 라면을 잘 끊이는 분식집이 있었습니다. 정확하지 않지만, 파를 썰어넣고, 계란을 푼 보통라면이 1,200원 정도 했습니다. 학생식당 밥이 900원으로 기억 되는데, 무려 300원이나 비싸지만… 입에 착착 붙는 라면 국물과 갓 출시된 최신 만화 단행본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공강시간에 과동기들과 자주 갔습니다.

그 분식집에서 300원을 더 내면, 라면에 가래떡을 넣어주었습니다. 300원이래야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지만, 보통라면을 시키는 동기는 떡라면을 시키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건네곤 했습니다.

역시, 과외하는 부르조아는 달라 라면에 그 귀한 떡까지 넣어 먹고 말이지.

이런 농담을 서로에게 건냈지만, 300원을 더 내고 떡라면을 먹는 친구나 보통라면에 만족한 친구나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쓰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아무튼 (제 생각이지만) 90학번 중반을 전후로 한 대학생들이 계급의식을 두고 농담을 건넨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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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세상을 사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가끔이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녀를 둔 주위 사람들이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한강에서 용이 나는 것’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이 영어 유치원이고, 필수는 해외 어학연수이니. 영어가 권력이 되어버린 이 사회에서, 비범한 능력을 타고난 아이라도 혀에 버터를 바른 어린이와 경쟁이 될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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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총선에서 우리는 ‘평등’보다는 ‘자유’를 선택했습니다. 즉, 느리지만 함께 걸어가는 것보다 경쟁을 통한 발전을 택했습니다. 총선에 대해서, 진보진영은 ‘대한민국은 죽었다’라는 평가도 내놓았지만.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닌 ‘민주주의’가 지켜지려면, 누군가에게 말도 안 되는 선거결과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으며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전의 한방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기에 진보는 긴 겨울이 될지도 모를 시간을 참고 견뎌야겠죠.

하지만 승자만이 모든 것을 쟁취하는 사회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 10년도 훨씬 넘은 대학교 분식집 일화가 떠올라, 뒷북을 울리는 포스트지만 올려봅니다.

* 이런 농담을 건넨다고, 계급의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진짜! 좋은 디자인이란? 7부

Sunday, April 13th, 2008

방관자 입장이 아닌, 사용자 입장에서 생활가전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사용 편의성보다 개선점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요즘 생활가전 시장에서 ‘비움’과 ‘루펜’으로 대표되는 음식물처리기의 인기가 높습니다.

맞벌이를 하는 저희 집에서도, 어떤 음식물처리기를 구매할까 고민하다가. 가격 대비 성능이 저렴하다고 소문이(?) 난 ‘루펜’을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며칠 동안 물기가 흐르는 잔반을 보관했다가, 처리해야 하는 고역은 사라졌지만. 괜찮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이 음식물처리기에도 세 가지 정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선, 소음이 큽니다. 백색 가전제품 가운데서, 소음이 크다는 냉장고보다 확실히 소음이 더 납니다. 한밤중에 음식물처리기를 돌려놓으면 다용도실에서 나는 루펜의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 덕분에, 적막하지 않으니 좋다고 해야 할까요?

하수구로 냄새를 빼내는 비움과 달리, 루펜은 필터를 달아서 공기를 외부로 빼내는 방식입니다. 필터가 있기에 냄새는 잘 나지 않지만, 코가 민감하신 분들은 이 냄새도 거북하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소음과 냄새 문제는 사용자에 따라 달라지는 감성품질이기에, 이것 때문에 루펜이 좋냐 나쁘냐를 판가름하기 어렵지만. 이 두 가지 취약점 때문에, 루펜이 명품 반열에 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음식물처리기 시장을 석권하겠죠.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느끼는 불만입니다. 건조가 끝난 음식물찌꺼기를 꺼낼 때, 건조된 음식물찌꺼기가 건조통에 붙어서 잘 떼어지지 않습니다. 떼어내지 못한 찌꺼기들은, 새롭게 넣은 음식물찌꺼기 밑에 깔려 음식물 퇴적층을 형성하기 때문에. 다음번에 찌꺼기를 처리할 때 편리하지만. 음식물찌꺼기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제품 컨셉을 놓고 볼 때, 분명 개선점입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건조통에 후라이펜에 음식물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코팅처리’를 한다면 어떨까요? 코팅처리된 후라이펜은, 음식물이 탄소덩어리가 될 정도로 타버려도, 음식물이 붙지 않는 것을 본다면… 건조통에 눌러붙는 음식물찌꺼기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르죠.

이런 문제점을 루펜 제조사에도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만드는 사람이 느끼는 문제점은 완전히 다릅니다.

***

관점이라는 게, 큰 차이를 만듭니다.

프로그래머와 테스터를 살펴보죠. 프로그래머가 TDD를 하고, 테스터가 프로그램을 돌려보기 전에 아무리 테스트를 하더라도. 테스터가 잡아내는 버그에 비하면 프로그래머가 찾아내는 버그는 세발의 피죠. 이런 이유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프로그래머는 잘 되는 쪽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테스터는 프로그램이 뻗도록 프로그램을 돌려보죠.

물건 만드는 것도 그렇습니다. 디자이너와 사용자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시장에는 수 많은 사용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제품이 넘쳐납니다. 반대로 사용자 입장에서 만든 제품은, 써본 사용자들이 감동의 눈물을 흐르면서, 시간을 쪼개 자신의 블로그에 디자이너조차 낯간지러울 정도의 리뷰를 올립니다.

그러기에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간극처럼 떨어져 있는, 사용자와 디자이너의 틈을 메우려면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사용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방용품은 기계공학의 산물이기에 남자*들이 만들지만. 빅히트 상품을 만드려면 베테랑 주부#를 고용해서 만들게 하거나. 사장님께서 주부들이 무슨 제품 설계를 하냐고 반문한다면, 주부들을 모아놓고 포커스 그룹처럼 쓸데없는 짓을 하기보다, 차라리 가정에 방문해서 주부들이 어떻게 가정용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포커스 그룹이나, 시장 조사에서, 물건을 실제로 구매할 개인은 사라지고 존재하지도 않는 통계라는 유령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령을 두고 만든 제품이, 과연 진짜 사용자를 행복하게 만들까요?

이런 간극을 줄이고 싶은 개발자 혹은 디자이너분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도움이 될만한 책 몇권을 소개드리면, 긴 주말 포스트를 마무리합니다.

우선, 사용성 대가인 도널드 노먼 교수의 디자인과 인간심리, 이모셔널 디자인을 꼭 읽어 보세요. 수 많은 이노베이션을 창조한 IDEO社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유쾌한 이노베이션, 그리고 개발자 관점에서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곤란을 겪게 되는 과정을 다룬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 같이 만든 거야도 일독하시길 추천합니다.

* 현상이 그렇다는 겁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공학적인 능력면에서 우월한다는 뜻이 아니죠.

# 가까운 미래에 주부는 성(性)을 뛰어넘는 직업으로 변할 겁니다. :)

문장 리팩터링: 서술어를 살려라!

Thursday, April 10th, 2008

ㄱ. “이것 무척 좋은데요!”라는 평가를 하겠죠!

ㄴ. “이것 무척 좋은데요!”라고 평가하겠죠!

아는 분만 알고, 고민하는 분만 보이는 차이지만. ‘ㄱ’과 ‘ㄴ’ 가운데 어떤 문장이 더 나을까요? 제 경험상 ‘ㄴ’이 우리말 맛을 살려 쓴 문장입니다.

영어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지, 우리말을 영어처럼 쓰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어미조사를 붙이면 될 것을 목적어로 만드는 말버릇이죠. 예를 들자면,

말을 했다 -> 말했다

노래를 했다 -> 노래했다

춤을 췄다 -> 춤췄다.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우리말을 잘 쓰려면 조사를 살려야 합니다. 그런데 화살표 왼쪽에 있는 문장은, 어미조사를 살려 쓸 수 있는데도 굳이 목적어를 사용한 경우입니다. 주의깊게 들으면, 이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서요(의식적으로 이렇게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힘들죠).

토씨 하나 때문에 난리법석을 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미토씨를 살리지 않고 목적어로 만들어 문장을 쓰면, 명사에 부담을 많이 주게 되죠. ‘ㄱ’ 문장에서 보듯이 ‘”이것 무척 좋은데요!”라는’ 관형절이 ‘평가를’이라는 체언을 꾸며주지만, 제 눈에는 ‘이것~라는’ 큰 단어 덩어리가 ‘평가를’이라는 왜소한 단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듯이 보입니다. 홀로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평가를’이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ㄴ’문장은, 불필요한 토씨 ‘를’을 생략해서, ‘평가하겠죠!’라는 허리가 강한 서술어가 태어났습니다. 물론 앞에서 꾸며주는 말들의 무게는 줄지 않았지만, 허리가 강해진 문장 덕분에 훨씬 시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