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뭐니!
Tuesday, June 17th, 2008지난주 금요일에 특별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예전 직장에서 알게 된 분인데, 아무튼 이분을 생각하면, ‘특이하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가 워낙 정규분포의 평균값 근처에서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분을 만나면 저와 다른 점이 많아서, 즐겁습니다.
작년 겨울에 이분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일입니다. 직장생활 이야기를 하다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Hani씨, 고민이 있는데… 직장을 옮기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옮기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그러긴 한데, 오래 전부터 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데요?
자동차 영업사원.
지인의 마지막 말에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실 이분은 서울대, 서울대 석/박사를 나왔거든요. 사실, 학벌이 아깝다는 취지에서 당황한 게 아니라, 십년이 넘게 한 분야에서 쌓아온 커리어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겠다는 말에 조금 어리벙벙했습니다. 친한 사이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남의 일이기 때문인지… 전 이렇게 쉽게 말해버렸습니다.
OO씨는 영업하면 아마 영업 킹왕짱 되실거에요. 한 번 해보세요.
사실, 이분은 대인관계 기술도 뛰어나고, 제가 볼 때 영업사원으로도 대성할 기질이 다분하셨기 때문에, 무모한 시작에 힘을 실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나 하나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 관두고, 시작하고 싶은데. 주위에서 기대하는 게 있어서 그게 쉽지 않네요.
네, OO씨 입장은 이해가 가는데, 만약 주위의 시선이나 기대 때문에 시작하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 내 일이 아니라고, 정이 뚝 떨어질 정도로 객관적으로 말했다기보다, 그분의 의지에 불을 붙여 드리고자 이런 발언을 했죠.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였기에, 그날의 만담은 ‘하고 싶은 걸 하기란 쉽지 않다’정도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있은 후, 지인을 중간에 한 번정도 더 만나고, 지난주에 다시 만났습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지인이 또 한번의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Hani씨, 나 회사 관두고 새로운 데로 옮겼어요.
혹시 자동차 영업사원요?
아니요. 정수기 영업사원.
네?!
얼굴을 못 본 사이에, 과학대 교수직, 연구소 소장 자리 등의 제안을 받았는데,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정수기 영업사원으로 대변신하셨다는 스토리를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아주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에, 번데기의 단계로써 정수기 영업사원을 한다는 비전도 들었습니다. 인생 극장 비슷한 이야기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Hani씨가, 예전에 주위 눈치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말 때문에… 정말로 고민 많이 했어요. 아무튼 그 덕분에 진로를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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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한 말은 아니지만, 제 한 마디에 고민을 많이 하셨다는 말에,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충심어린 한 마디가 그분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에 말이죠. 지금까지 쓴 글을 읽어보니, 약간 코믹한데 사실 지인이 진중한 스타일이거든요. 다만, 너무 무거워질까봐 조금 가볍게 썼습니다.
아무튼 앞의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위한 떡밥이었습니다. 그분에게 이런 질문을 날렸습니다.
만약, OO씨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영업을 한다고 했잖아요. 만약, 그게 안 된다면 어쩌죠?
하하하. 물론 그걸 고민 하지 않은 건 아닌데. 일단 요즘 내 마음 가짐은 절대긍정이에요. 무식하게 말하면 ‘하면 된다’겠지만, 그런 것보다는 조금 고차원적인데… 내가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위해 내가 가진 거의 모든 것을 거는 것이라고 할까요? 종교적인 신념하고도 비슷하고요.
그분이 말씀하신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경험없이 이상향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입이 아니라, 정말로 원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작하는 치열한 삶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에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분의 건승을 위해, 힘든 직장생활을 하느라 바닥난 얼마 안되는 제 기를 팍팍 불어 넣어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그 구절을 끝으로 포스트를 마무리합니다.
바로 그거야. 나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불행해.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야.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했어. 부자, 가난한 사람, 권력자, 비참한 사람, 내 눈과 마주치는 그 모든 눈들 속에서 내가 읽은 것은 무한한 번민이었어. 언제나 감내할 수는 없는 슬픔…… 사람들이 입 밖에 내어 얘기하진 않지만 분명히 그런 게 존재한다고.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