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September, 2008


[서평] 조지 소로스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Saturday, September 27th, 2008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지금처럼 보습학원이 보편화된 것도 아니고, 제가 다니던 학교는 8학군도 아니었기에, 학교 수업과 밤 11시반에 끝나는 야간자율학습이 저의 학습도우미였죠. 이런 이유로, 공부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쳐야 했습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공부를 했는데, 제 스타일은 근본원리를 깨우쳐야 성적이 잘 나오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이런 근본원리를 깨우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질문을 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친구가 질문을 해주면, 친구의 시각에서 설명을 해주어야 했기 때문에, 한번 더 고민하고 말로써 객관화했기에, 제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아무튼 질문을 한 친구 덕분에 설명을 통해, 제가 알고 있던 지식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 성실히 질문에 답해 준 덕분에, 친철한 Hani군이라는 별명도 Get했죠. 하하.

이런 공부 방법의 스타일 때문에, 읽은 것을 오랜 시간 동안 씹지 않고 삼켜버리면, 독서를 하면서 소비된 당은, 지식으로 저장되는 게 아니라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배출되었습니다. 업무를 할 때도, ASAP으로 처리하는 업무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항상 숙고의 시간을 가질려고 했지만, 회사 일이라는 게 그렇게 되지 않죠. :)

아무튼 이런 이유로, 어떤 것을 잘하고 싶다면, 저는 근본원리를 깨달을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노력하는 것도 실제로 지혜를 얻는 것은 다릅니다. 특히, 재테크에서 그랬습니다.지금은 투자(자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라고 부를 만한 것을 하지 않지만, 투자라는 것을 다시 한다면 큰 그림을 두고 하는 투자를 할 겁니다(그리고 좋아하죠). 아~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요? 네, 뻔한 이야기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깨닫기 전까지, 증권회사에 받친 수수료와 정부에 낸 세금으로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습니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거만하게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선언한 사람들은, 언제나 시장의 처절한 복수를 당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성공한 투자자들은 결국 시장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맞춰서 매도나 매수 포지션을 잡고, 일정 수익을 올렸을 때, 포지션을 청산합니다. 이게 투자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흐름을 읽어내는 방식은, 고수마다 다를 겁니다. 아무튼 이런 것을 지혜라고 할 수도 있고, 경험이라고 할 수도 있고, 혜안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부르든지 저는 이런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눈이 부족한 듯합니다. 그러기에 제가 실천하는 투자방식은, 노동이나 사업을 통해서 얻은 부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치하락을 방어할 정도의, 투자 수단입니다. 상당히 보수적이고 방어적이죠. 이런 이유로 공격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한다면(주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입니다), 상승장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시장 평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KODEX200같은 종목을 매수하는 포지션을 취하죠. 여기까지 보수적인 개미투자자 한 사람으로써 투자전략이었습니다.

서브프라임, CDO, CDO’, CDO'’, CDS 등. 이건 뭐 AJAX, MS, MDD, IA, UX 시리즈도 아니고요.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었고, 안다고 딱히 떨어지는 것도 없는 약어들인데, 이제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을 해석해주는 책이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1달 전쯤 사두었다고, 제 책상에서 며칠 전에 발견한 조지 소로스씨의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서 작금의 사태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습니다.

사태 파악이야 인터넷을 뒤져보면 쉽게 되지만, 이 책이 주는 장점은 ‘조지 소로스’씨의  투자 철학을 통해서 시장을 바라본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그가 깨우친 근본원리로써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투자 철학은 재귀성 이론으로 요약됩니다. 인간에게 인지적 기능(세상을 인식하는 기능, 바람이 분다. 주식시장이 오른다)과 조작적 기능(세상을 바꾸려는 그리고 바꾸는 능력), 이 2가지 기능이 있는 데, 이 2가지 기능 사이에서 서로 영향을 주는 재귀성이 발현되면, 금융시장에 거품이 발현된다는 주장입니다(지나치게 요약을 해버려서 이 문장을 읽고는 잘 이해가 되시지 않을 겁니다. 책을 사 보실 분을 위해서 :) ).

이런 재귀성 때문에, 작금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현되었고. 역사적인 거품과 달리 이번 거품은, 서브프라임이라는 작은 거품과 현대화된 금융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커져왔던 슈퍼 버블이 동시에 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는 상상한 것 이상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예상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예측이고 사실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수선한 사태를 하나의 원리로써 생각해볼 수 있게 한 책인 듯합니다.

아무튼 양치기 소로스씨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조작된 위험, 진짜 위험 그리고 프로젝트 끝

Thursday, September 25th, 2008

불꺼진 극장에서 악당에게 쫓기고, 벼랑 끝에서 떨어지고, 구르는 돌을 피하느라 1분, 1초도 쉬지 않는 인디아나 존스를 보면서, 마음 편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을 지나치게 잘 알기 때문입니다.

고만고만한 요구사항과, 고정된 일정, 정해진 등장인물, 잘 알고 있는 컴퓨팅 기술로 가득한… 뻔한 프로젝트이지만, 하루라도 마음 편히 넘어갈 수 없는 이유는 예측하지 못한 대비하지 못한 위험이 골목, 골목마다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프로젝트라고 예상하고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역시나 예상하지 못했던 몇 개의 위험 때문에, 프로젝트 팀원들에게 또하나의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처음 맞는 프로젝트 완료는 아니지만, 프로젝트라는 게 각본없는 리얼 다큐이기에, 끝까지 함께 한 팀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덧글 : 프로젝트 마무리 하시는 여러분, 아름다운 완료를 맞으시길요!

사람을 움직이는 힘

Wednesday, September 17th, 2008

부동산 이야기(?)부터 하나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글인데 원본을 찾을 수 없어서, 기억을 더듬어서 적어야겠네요.

어느날 한 아주머니가 유명한 부동산 컨설턴트를 찾아가서, 남편을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아주머니가 컨설트를 찾은 이유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사시던 집을 남편에게 유산으로 남겼는데, 집도 낡았고 마침 비싼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온 차에 집을 팔려고 했지만, 남편이 반대하기 때문에 팔 수 없어 남편을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죠.

부동산 컨설턴트는 남편을 만나서, 여러가지 이유를 들면서 어머니가 남기신 집을 파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객관적으로 집을 보유하는 것보다 파는 편이 훨씬 유리했다고 합니다. 1시간이 넘는 설득에도 남편이 완강하게 집을 팔기 거부했다는군요. 그리고 상담을 받기 전보다 남편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설득을 포기하고 남편에게 진지하게 집을 팔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 집에 어머니의 채취가 곳곳에 묻어 있거든요. 집을 판다는 게 마치 어머니를 팔아 버리는 것 같아 죄송해서요…

남편의 말에, 부동산 컨설턴트는 머리가 멍해졌다고 합니다. 그 집은 남편에게 집 이상의 것이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득을 들어 설명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컨설턴트는 남편의 숨겨진 진짜 의도를 파악하고 나서, 집을 파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최적의 해는 아니지만, 집도 보유하고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컨설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고객이나 기타 부서 사람과 의견 충돌을 빚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손해보다는 이익이 많을 때도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참 난감합니다. 즉, 부동산 컨설턴트 이야기처럼, 상대방을 움직이는 힘을 찾지 않는다면, 아무리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설명해도 실패할 때가 많습니다. 하하. 그러기에 이놈의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을 파악하는 게 코딩 잘하는 것보다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실험: IT전문 번역가 삶_ 2

Monday, September 8th, 2008

1편에 이어서, 돈벌이 관점에서 IT전문 번역가의 삶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고 시작하죠.

전문직이란 다음을 의미한다.

  • 고도의 학습과 훈련을 필요로 하는 것
  • 시장에서 널리 용인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를 그 속에 담는 것
  • 규약을 깨뜨리는 자에 대한 징계 시스템
  • 개인이 벌어들이는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강조와 영예롭게 훈육된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의무
  • 실제 입문에 앞서, 면허를 요구하는 것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런 항목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 개발(인사이트), 스티브 맥코넬 중에서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한 것들을 만족시키면, 어떤 직업을 전문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준을 보고 있자니, 변호사, 의사, 회계사, 공인중개사, 변리사 등은 확실히 전문직이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프로그래머는 어떨까요? 글쎄요, 답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

이런 사전적인 정의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말하는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예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생계와 열정을 직업으로 해결하는 이는 프로고, 밥은 다른 직업으로 해결하고 열정은 돈을 써가면서 추구하는 사람은 아마추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프로 축구 선수는 공을 차서 생계를 해결하겠지만, 조기 축구회 회원은 새벽에 자비를 들어 차를 몰고, 돈을 각출해서 운동장을 빌려 취미생활을 하겠죠. 돈을 버는 것과 달리, 이상적으로는 조기 축구 회원이 프로 축구 선수보다 축구를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극히 적지만요. 즉, 프로 축구 선수보다 공을 잘 차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축구 선수로 밥벌이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쨌든, 전문직이라는 사전적인 정의를 떠나서, 어떤 일을 하고 그 돈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그 직업은 프로가 존재할 수 있는 직군입니다. 하지만, 생계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없다면, 프로의 실력을 갖춘 사람도 영원히 아마추어로 남을 수 밖에 없겠죠.

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2008년 4인 가족 최저 생계비가 얼마일까요? 이 글을 쓰려고 검색을 해보니, 약 127만원 정도입니다. 무척 소박하네요. 이 돈으로 어느정도의 생활이 가능한지는, 논외로 하고. 가족 3명을 부양하는 IT전문 번역가가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 통계에 따르면 1달에 약 130만원을 벌어야 합니다.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주5일 기준으로 1달에 20일을 근무했을 때, 최저생계비를 벌기 위해서, 이 IT전문 번역가를 하루에 약 6만 5천원을 벌어야 합니다.

IT번역서 기준으로 1장을 번역할 때, 8천원을 받는다고 한다면… 하루에 약 9장 정도를 번역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회사원처럼 8시간 근무를 한다면, 1장 번역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려야 하죠.

자~ 정리를 하자면, 4인 가족 최저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 1시간에 1장 정도를 번역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1장 번역하는 데 1시간이라?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물론 번역을 맡은 외서의 난이도, 번역가의 기술적인 수준, 독해 능력, 문장 구성 능력에 따라서 다르지만요. 요즘 제가 플로(flow)에 빠졌을 때 보이는 번역 속도가, 1장에 20~30분 정도를 볼 때, 제 기준으로 평균 1시간에 1장을 번역한다는 게 녹녹하지 않습니다(어려운 번역서가 걸렸을 때 세월아 내월아 할 때가 많죠. 그리고 교정/교열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도 있기 때문에 온전히 번역에만 집중하지 못합니다).

두뇌의 한계 때문에, 번역속도를 무한정 높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번역료를 높이는 게 몸값을 높이는 다른 방편이겠죠. 그런데 IT번역료는 왜 다른 분야보다 낮을까요?

IT쪽 번역료가 낮은 이유는, 일단 시장이 작아서입니다. 1쇄 팔기도 버거운 시장인데, 이것 저것 떼고 번역료만 높여줄 수도 없죠.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써 번역료가 높아지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전반적인 번역수준의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IT번역 시장은 전문 번역가보다는 아마추어 번역가가 상대적으로 많고, 번역가들도 번역에 대한 이해보다는 기술적인 이해가 더 깊기 때문에… IT서적을 번역했을 때 출판사에서 교정, 교열에 들어가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 때문에, 번역료가 낮게 형성되죠. 즉, 시장이 작고, 번역 품질 문제 때문에 프로가 존재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 들였을 때 이야기입니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듯이. 문제를 파헤쳤기에 해결책을 거의 찾은 듯합니다. 일단 번역료를 높이는 방법에서, 실마리 하나를 찾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시장을 키우는 데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번역료를 높이는 방법은, 번역 품질을 다른 번역가들이 근접하지 못할 정도로 올리는 겁니다. IT번역을 잘 한다는 것은, 영어 독해 능력, 한글 문장 구성 능력, IT지식의 3박자가 모두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런 세 가지 능력에, 출판사에서 교정/교열에 시간을 들이지 않을 정도로 번역을 한다면, 분명 번역 단가는 높아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을 키우는 방법입니다. 번역은 출판사에서 의뢰를 받아 번역을 하는 게 보편적입니다. 즉, 출판사에서 봤을 때 팔릴 책으로 찍힌 책을 번역하기에, 단순히 번역만 해서는 시장을 넓힐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팔릴만한 책을 미리 미리 찾아서 선정하는, 즉 기획력까지 갖춘다면 아마도 최고의 번역가가 될 듯합니다.

IT서적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요즘 잘 팔리는 분야는, 아마도 Flex쪽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식으로 향후 몇 년후에 잘 팔리만한 분야를 연구해서, 괜찮은 책을 발굴하고, 이것을 출판사와 함께 기획하고 번역한다면, 더 많은 기회가 번역가에게 주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유행이 지난 분야의 책이라도, 그 가치를 발견해서 한권의 번역서가 아닌 평역한 책으로 만들 능력이 있다면, 군계일학의 IT전문 번역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찌, 포스트가 돈버는 이야기로 점철되었는데,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열정이 있다면, 시장이 좁고 단가도 낮아도… 기회를 찾고 세미 프로지만 즐거운 직업생활을 할 수 있다입니다. 아무쪼록, IT전문 번역가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