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Hani

로망은, 실현되리라!

Archive for October, 2008


‘에’와 ‘에서’를 잘 구별해서 쓰시나요?

Friday, October 31st, 2008

한국어는 조사를 잘 살려서 써야 그 맛이 제대로 나죠. 말로써 대화를 하는 경우, 강아지떡처럼 말해도 찰떡처럼 들을 수 있는 뛰어난 교정능력을 갖춘 한국어 청자라면, 토씨를 조금 틀려도 문제가 없지만. 글로써 내 의사를 표현할 때는, 휘발성이 아니기 때문에 토씨를 잘 골라서 써야합니다.

특히,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은/는’과 ‘이/가’를 잘 구별하거나, 오늘의 주제인 ‘에’와 ‘에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도 쉽지 않습니다. 토씨에 대해서 잘 정리된 책으로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를 추천드립니다. 유명한 책이어서 읽으신 분들도 무척 많지만요.

이 책의 맛보기로서, 이 책에서 설명하는 ‘에’와 ‘에서’의 용례를 설명 드리죠. 언제 ‘~에’를 쓰고, 언제 ‘~에서’를 쓸까요?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산유화

위 시는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입니다. 참~ 한국어가 맛깔스럽게 표현된 시입니다. 시를 많이 읽지 않지만 김소월 시인의 시는 참 좋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위 시에서 나오는 “산에 피는 꽃은”과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를 통해서, ‘~에’와 ‘~에서’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움직일 수 없는 꽃이 주체인 경우에는 ‘에’를 썼고, 자유로운 주체인 새에는 ‘에서’를 썼습니다. 즉, 정적이거나 대상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조사 ‘에’를 쓰고, 동적인 활동이 일어날 때는 ‘에서’를 쓰는 거죠. 예를 몇 가지 살펴 보면, 그 뜻이 더욱 명확해지죠.

  • 운동장에서 달린다. (괜찮음)
  • 운동장에 달린다. (이상함)
  • 책상에는 책이 놓여 있다. (괜찮음)
  • 책상에서는 책이  놓여 있다. (이상함)

어떠세요?  앞에서 말씀드린 논리를 염두해 두시면, 조사 ‘에’와 ‘에서’가 헤깔헷갈리지 않으시죠?

배려

Monday, October 27th, 2008

공공 화장실에 앉아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다 보면, 장소에 걸맞지 않는 참~ 현명한 경구를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에너지 보존 현상도 아닌데, 나간만큼 아니 그 이상의 것이 몸속으로 들어옵니다. ;) 며칠 전에 화장실에서 본 경구가 있는데… 물론 오래전에 어디서 본 것이기 하지만, 새삼 다가오는 게 있었습니다.

남을 위한 배려는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이기도 하는데, 참 맞는 소리기도 하죠. 특히, 직장동료가 어려운 부탁을 할 때마다, 이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 일이 많다 못해서 넘치는 경우, 다른 동료가 부탁하는 것을 들어줄 수 없지만, 동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잘 거절하는 것도, 동료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창의적인 해결책으로써 내 도움없이 동료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기도 하지만요.

저는 왠만하면 책을 사보려고 합니다. 누군가는 1번 읽고 읽지도 않을 책, 아깝지 않냐고 하시기도 하는데. 책에 줄도 치고, 메모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읽기 때문에 책을 사서 봐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앞으로 2달 동안 자료 조사할 게 무척 많아서 걱정입니다. 그 많은 자료를 돈주고 사기도 힘들고, 절판되어 못 구하는 책도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할 수 없이 절판된 책 위주로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요즘 도서관에 자주 갑니다.

허… 책을 빌려보다 보면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인기 있었던 책을 빌려서 펼치면, 다른 분들이 빨간색, 노란색으로 줄을 쳐놓으시고, 별표까지 그려 놓으신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거기에 깨알같이 메모를 해놓으신 분들도 있고요. 긍정적으로 보자면,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어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볼 수 있어서 좋지만.

메모와 형형색색으로 쳐놓은 줄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난감하더군요. 다른 분들의 예술작품 때문에 심란해서, 화장실을 가니 앞에서 말씀드린 경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선행되려면, 자신이 베푼 배려가 다음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선행해야 하는데 말이죠. 물론 닭과 계란 가운데 누가 먼저냐는 논쟁이 될 수도 있지만, 실용적인 자세를 보이자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맞겠죠.

중화요리집과 고객만족

Monday, October 27th, 2008

얼마전에 우연하게도 중화요리집 사장님들의 대화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주도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기보다 능동적인 청자로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불황과 그에 따른, 음식점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고참 중국집 사장님들도 무척 힘들다는 이야기가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사장님들 대부분이 어렵다는 데에 동의하시면서, 이야기가 20년 넘게 불황을 모르고 장사가 잘되는 중국집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그 중국집은, 제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었기에 저도 잘 아는 곳이었습니다. 손님으로서 저도 그 중국집을 자주 이용했기 때문에, 그 중국집이 잘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잘 나가는 중국집 근처가 재개발이 되면서, 잘 안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사장님들 이야기에 따르면 아직도 잘된다고 하는군요. 신기하죠~ 보통 중국집은 동네 장사이기 때문에, 주변에 배후단지가 없으면 장사가 안되는 게 하늘의 뜻일텐데요.

확실히 손님들이 보는 중국집과, 중국집 사장님이 잘 되는 이유가 달랐습니다. 사장님들의 전문가적인 분석에 따른 그 중국집이 잘 되는 이유는, 배달원들의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20년이 넘은 집이지만, 배달원들이 거의 초창기 멤버라고 합니다. 중국집이라는 게, 월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배달원들이 들어오고 나감이 잦은데. 그 중국집은 그런 게 전혀 없다고 하는군요.

배달원이 중요한 이유를, 사장님 한분이 설명하셨는데.

  1. 주변 지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주문이나 집주소 파악에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2. 주문에 시간이 걸리지 않고, 1번 배달에 여러 주문을 최단거리로 배달을 하기 때문에, 시간 경쟁력이 뛰어나다.
  3. 따라서 가장 분비는 시간대에도 주문부터 배달까지 시간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사장님들이 공통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배달이라는 일에 대해서 배달원들이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그 집 사장님과 배달원들의 관계가 좋다고 하더군요.

저와 전혀 관계없는 분야의 대화였지만, 유익한 대화였습니다. 어려운 시기고, 무한 경쟁의 시대이지만… 결국 오너와 구성원이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서, 다른 경쟁업체가 갖출 수 없는 핵심역량으로 경쟁력을 쌓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내부고객과 외부고객, 진상…

Friday, October 17th, 2008

신입사원 시절에, 부장님에게 들은 훈시였는지 아니면 신입사원 교육 때 들은 이야기인지… 무척 오래되서 출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 들었을 때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패러다임 하나가 있습니다.

보통 고객이라고 말하면,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재화를 돈을 주고 사는 사람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직장생활을 함께하는 상관이나 동료, 후배도 고객이 될 수 있어요. 즉,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내가 만든 서류를 직장동료가 사용할 때, 내 입장에서 이 동료는 고객이 되죠.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객을 외부고객이라고 부르고.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직장동료를 부를 때는 내부고객이라고 불러요. (중략) 물론 외부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우선순위가 높지만, 직장생활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내부고객 만족도 중요하죠.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칼도 잘 쓰면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지만, 잘못 사용하면 무시무시한 흉기가 될 수 있듯이. 내부고객이라는 개념 자체는 상당히 유용하였는데, 내부고객 만족을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써 사용하시는 관리자를 왕왕 목격할 때면, 흉기로 사용된 칼이 떠올랐습니다. 즉, 내부고객 만족이라는 이유로, 후배사원이 본인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강요하시는 것을 목도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내부고객이라는 개념은 단방향이 아니라, 항상 쌍방향이라는 데 묘미가 있는데 말이죠. 한쪽면만을 바라보면 참 난감한 개념이 됩니다.

아무튼, 지금은 많이 잊혀진 개념이었지만, 이 내부고객이라는 개념을 마음에 새기고 회사생활을 한 덕분에… 그래도 일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은 듯합니다. 내부고객이라는 개념은 특정부서에만 관계된 것은 아니지만, 특히 스태프 조직(staff)에서 더 중요하죠. 예를 들자면, 인사부, 재경부, 총무부 등. 물론 조직 관점에서 봤을 때 기능 조직이나 스태프 조직이나 다 중요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스태프 조직에게는 내부고객 개념이 더 중요하고, 고객과 대치하는 최전선에 있는 영업부, R&D부서, 생산부서는 외부고객 개념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죠.

스태프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루틴한 업무이기 때문에 상당히 관료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내부고객 만족에 신경쓰는 스태프 조직이 더 많겠지만,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분들과 함께 일했지만. 가끔 동료도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집에 두고 출근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부고객 만족이라는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린 정도는 아니지만, ‘동료’에 대한 작은 배려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죠.

내부고객이라는 시덥지 않은 개념이지만, 그 개념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삶 가운데 있는 상대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회사생활하다 보면 만년 동안 다른 사람에게서 서비스를 받을 것 같지만, 어느 순간에는 내가 그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때가 온다는 거죠. 구조화되고, 촘촘히 연결된 형태로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만년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진상스럽게 산다는 게 참 모골 송연한 일입니다. 내부고객을 생각하다 보니, 이런 구절이 떠오르네요.

악의 열매가 아직 익지 않은 동안은 악을 행한 사람도 행복을 보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의 열매가 무르익게 되면 그 사람은 마침내 불행을 만날 것이다.

법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