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November, 2008


한국말: 그녀들은 소녀들이다!?

Saturday, November 22nd, 2008

맛보기 영어강의 동영상을 보다가, 강사님께서

그녀들은 소녀들이다

하는 한국말을 영어로 어떻게 옮길지 물으시더군요. 대단히 간단한 질문이죠. 강사님이 이렇게 질문하신 이유는, She를 복수로 어떻게 표현할지 아는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습니다.

강사님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한국말에는 저런 식의 표현이 없는 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말에는 영어처럼 수를 억지로 일치시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수와 복수를 칼같이 지키는 영문을 번역하다 보면, 수를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참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영어는 수량을 앞에 쓰고, 한국말은 수량을 뒤에 쓰는 데 이런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a cup of coffee’ ‘한잔의 커피’라고 옮길 때가 많습니다. 굳이 틀린 표현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종의 번역투 문장이 됩니다. 한국말은 수가 뒤에 나오기 때문에 ‘커피 한잔’이라고 옮기는 게 낫죠.

아무튼 영어에는 있고 한국말에는 없는 것들을 옮길 때 힘든 면이 많습니다. 특히 ‘Many people’처럼 복수로 표현 된것을 ‘많은 사람들’로 옮기는 게 나을지 아니면 ‘많은 사람’으로 옮기는 게 나을지도 역자마다 생각이 다르죠. 하지만 제 생각은, 한국말은 앞뒤로 복수인지 단수인지를 충분히 판별할 수 있다면, ‘들’을 붙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따라서 ‘Many people’은 ‘많은 사람’정도로 옮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한국말에서 ‘들’은 가산명사에만 붙이는 것인데, 영어의 영향인지 관형사 같은 ‘이’에 ‘들’을 붙여서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들 학생은 실수를 저질렀다.”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는 관형사이기 때문에 ‘들’을 붙일 수 없죠. 따라서 틀린 부분을 고쳐 쓰면, “이 학생들은 실수를 저질렀다.” 정도가 맞습니다.

한국말에서 ‘들’이 재미있는 점은, “많이들 먹게나.” 혹은 “어서들 오게나.”처럼 부사에 ‘들’을 붙여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많이’나 ‘어서’는 부사이기에 ‘들’을 붙일 수 없지만, 이 문장들은 “자네들 많이 먹게나.”나 “자네들 어서 오게나.”처럼 앞의 주어를 생략하고 ‘들’을 부사에 붙임으로써 가능한 표현입니다. 번역을 할 때, 이런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반영한다면 더 좋을 듯합니다.

*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

취미와 가치관

Friday, November 21st, 2008

평화주의자, 말하자면 전쟁반대론을 펼치시는 분이 있습니다. 밖에서 반전 시위에도 참여하고, 비폭력을 주장하시는 분인데. 집에서 서든어택 같은 FPS를 취미로 즐기시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위에 말씀드린 분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취미는 취미로서 끝날 수 있을까요? 취미로 전쟁을 즐기는 것과 가치관으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게 양립할 수 있을까요? 이건 대학교 논술시험도 아니고, 참 어려운 문제죠.

하지만 제 생각엔, FPS에서 난자하는 총탄과 피,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상의 적을 죽임으로써 자신이 생존할 수 있다는 논리. 이런 것이 전쟁의 큰 그림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투라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즉 우리가 전쟁을 떠올리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이미지와 연결 되기에, 반전을 외치시는 분들이 FPS라는 게임을 단순히 게임으로 즐길 수 있을까요?

물론 취미와 가치관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사람들을 극단주의자나 원칙주의자들이라고 부르고, 가끔 그런 극단적인 모습 때문에 돌아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취미는 취미고 가치관은 가치관이라는,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개념 무탑재 분들을 만나는 것도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사실 극단주의자나 원칙주의자들은 비판하기도 쉽고, 그들을 만나면 거북하긴 해도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념 무탑재 분들은 만나면 참 난감합니다. 예를 들어서, 본인이 자유주의라고 말하면서 노조의 비자유주의적인 행동을 비난하면서, 그 대칭점에 놓인 기업의 비자유의적인 행동을 옹호하시는 분들요. 사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지만요.

5퍼센트는 불가능해도 30퍼센트는 가능하다!

Thursday, November 20th, 2008

오래 전에, 냉장고를 만드는 곳에서 컨설팅했을 때 일입니다. 냉장고를 만들 때, 적용되는 기술수준에 따라서 등급을 매깁니다. 예를 들어, 기존 시장에 없는 완전한 새로운 개념의 냉장고를 S등급 냉장고. 예를 들자면 김치냉장고가 없던 십몇년 전에 김치냉장고를 만든다면, 김치냉장고 만드는 일은 S등급 프로젝트가 되죠.

이런 식으로 적용되는 기술 수준에 따라서 프로젝트 등급을 나누고, 마지막 등급이 제품 외관을 바꾸지 않고, 냉장고에 들어가는 부품을 바꾸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프로젝트의 목적은 대개 원가를 낮추기 위함이죠.

프로젝트의 등급에 따라서, 제품 개발 목표가 다르지만 아래 등급의 프로젝트에서 핵심은 대개 원가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개발원가라는 것을 정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100만원을 들여 만든 냉장고라면, 설계를 개선하거나 부품을 교체해서 80만원에 냉장고를 만드는 거죠. 이런 작업을 회사마다 다르게 부르지만, 보통 CI(cost innovation), 즉 원가개선이라고 합니다.

CI를 하기 위해서, 설계자들은 무척 힘들죠. 소프트웨어 개발하시는 분들도 밤을 세지만, 제품 개발하시는 분들도 CI때문에 집에도 못가고 고생합니다. 예를 들어, 모니터 외관을 이루는 프라스틱 커버의 두께를 5mm에서 2.5mm로 줄일 수 있다면, 들어가는 원재료가 50퍼센트 절감되기 때문에 가격을 50퍼센트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두께를 줄여 버리면 제품의 강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강도는 5mm 수준으로 유지한채 2.5mm로 줄이기 위해서, CAE도구를 써서 해석(시뮬레이션) 작업도 하고, 브레인스토밍으로 다양한 구조를 생각해 내죠(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재미있지만, 이런 측면이 있기에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재미있습니다).

제품을 개발할 때 목표원가는 다시, ‘설계원가’와 ‘구매원가’로 나뉩니다. 즉, ‘설계원가’는 설계자들이 설계를 바꿔서 달성하는 원가이고, ‘구매원가’는 구매부서에서 달성할 원가죠.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에서 20만원을 줄여야 한다면, 설계팀에서 10만원을 줄이고 구매팀에서 10만원을 줄이도록 할당하는 게 설계원가와 구매원가입니다.

구매팀과 일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들이 어떤 식으로 원가를 개선하는지 잘 모르지만. 대충 어깨 너머로 들은 바에 따르면, 싸게 만들어 주는 공장을 찾거나 기존 업체와 네고나 다양한 구매스킬로 단가를 낮춘다고 합니다.

설계원가와 구매원가를 나눔으로써 목표원가를 맞추는 게 일반적인 제조회사에서 취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회사 전체로 본다면 설계원가나 구매원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목표원가를 낮추는 게 핵심이죠. 하지만 설계팀과 구매팀으로 구성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목표를 나누게 된 셈이죠.

아무튼 이렇게 두 팀에서 원가개선 목표를 낮누기 때문에 일종의 눈치 싸움이 상당했습니다. 즉, 설계와 구매쪽에서 서로 얼마를 줄일 수 있는지 공개를 안하는 일종의 비협조 게임 상태에 놓일 때가 많습니다. 두 팀이 협력한다면 원가를 더 낮출 수 있는데도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제  지인 가운데 도요타를 싫어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보통 제조업체의 바이블이 도요타이기 때문에, 개선작업을 할 때 도요타를 벤치마킹합니다. 따라서 제조업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개선작업은 보통 도요타에서 힌트를 많이 얻습니다. CI분야에서도, 도요타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게 있는 데, 바로 포스트의 제목인

5퍼센트는 불가능해도 30퍼센트는 가능하다!

입니다. 이전 회사에서도 이 이야기를 무척 많이 들었는데요. 처음 들으면 무슨 이영표 헛다리 짚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 이야기에 담긴 사상이 무척 깊습니다. 즉, 부품 업체에게 5퍼센트를 깎자고 이야기를 하면, 보통은 부품업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줄여서 납품을 합니다. 즉, 납품을 받는 업체 입장에서 땡큐지만. 납품업체에서 참 거시기하죠.

그런데 도요타에서는 30퍼센트를 낮추자고 합니다. 아니, 이런 도둑놈보다 못된 일본사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루 아침에 30퍼센트를 낮춰서 납품을 하란 이야기죠? 그런데 그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만일 협력업체에 5퍼센트를 낮춰서 납품해달라고 하면, 부품업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줄여서 납품하죠.

하지만 30퍼센트를 줄이자고 하면, 보통의 방법으로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30퍼센트 줄이는 일을, 부품업체가 알아서 하라고 두는 게 아니라 도요타가 같이 한다는 이야기죠. 즉, 혁신적으로 단가를 줄일 방법을 두 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다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유로 “5퍼센트는 불가능해도 30퍼센트는 가능하다!”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도요타를 따라할 수 있는 듯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게 이런 구호 속에 깔린 상생의 정신, 즉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거죠.

상생이 중요한 시점에, 옛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

* 몇 년전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웃어보죠 :)

Wednesday, November 19th, 2008

어제 집에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서, 차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습니다. 길가에는 단감과 귤을 실은 트럭이 서 있었습니다. 추워진 날씨 덕분에, 노점상 아저씨는 목도리를 잔뜩 감은 채 신선한 단감과 귤을 사라고 목청을 높이셨습니다.

남자 중학생 4명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제 옆에 섰습니다. 무리 가운데 한 학생이 단감과 귤이 잔뜩 실린 트럭을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감하고 귤을 같이 팔면 감귤이냐?

이 말을 한 중학생은 친구들한테 갈굼을 당하더군요. :) 쌀쌀한 날씨를 더 춥게 만든 그 중학생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는데. 문득 대학교 시절 과외를 가르쳤던 고등학생이 생각났습니다. 공고에 다니던 학생이였는데, 공고에 가고 보니 대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 배움에 길에 들어섰죠.

집합 개념을 설명하던 날이었습니다. 합집합, 교집합, 전체집합, 여집합 등을 설명해주고, 공집합 개념을 잡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A집합은 동물로, B집합은 식물로 이뤄진 집합이야. 그럼 A집합과 B집합의 교집합은 뭘까?*

그  친구는 한참을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식물인간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재미는 있었기에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날씨도 쌀쌀한데 웃어보시라고 썰렁한 옛이야기지만 써봤습니다.

* 물론 동식물의 특성이 있는 것도 있지만, 그냥 중학교 수준에서 보자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