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December, 2008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Wednesday, December 24th, 2008

기상청이 오보를 하는 바람에, 어제 출근길은 꽤 힘들었지만. 어제 새벽에 내린, 오보한 눈을 맞으며 집에 돌아올 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어떤 회사는 오늘부터 내년초까지 휴가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그렇다면 오늘, 동료와 올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분들도 있을 듯싶습니다.

대부분은 아니지만, 이렇게 인사 나누시는 분이 있습니다.

즐거운 새해 되세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상당히 익숙한 표현이기 때문에, 무슨 의미인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은 모두 이해합니다. 따라서 태클을 굳이 걸 필요는 없지만, 조금 더 명확한 표현을 하자면, 두 문장은 틀린 문장입니다. 즉, ‘A는 B가 되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A가 노력을 하거나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 때문에 B로 변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김과장님), 즐거운 새해 되세요!” 혹은 “(최과장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하는 말은, 김과장님은 남은 시간 동안 노력해서 즐거운 새해로 거듭나고, 최과장님은 열심히 놀아서 즐거운 크리스마스로 다시 태어나야 맞는 문장입니다.

하지만 틀린 문장이 의미한 것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하는 일종의 덕담이기 때문에,

즐거운 새해 보내세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이렇게 고치는 게 더 나을 듯합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여러분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감정전달

Friday, December 19th, 2008

며칠 전 라디오를 듣는데, DJ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가수는 노래를 참 담담하게 부르죠. 그런데 듣는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들으면 슬퍼서 눈물을 흘립니다. 사람들이 슬퍼서 우는 모습을 봐도, 이 가수는 그냥 그렇게 노래를 해요. 그런데 요즘 가수들을 보면,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보는 사람은 담담한데, 혼자서 슬픔에 젖어 엉엉 울면서 노래를 합니다. 가끔 보는 사람이 민망할 때도 있어요.

담담한데, 슬픈 글. 간단한데, 내공이 느껴지는 코드. 단순해 보이는 것에서 진심을 찾는 것. 그런 단순함을 추구하지만 깊은 맛이 느껴지게 풀어내는 사람을 장인이라 부르겠죠.

퇴고, 작은 차이

Monday, December 15th, 2008

오늘 글을 쓰다가, 이런 문장을 썼습니다.

마인드맵을 그리는 작업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문제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쓰고 보니까 말은 되는데 무척 어색했습니다. 문장을 들여다 보니, 못쓸 ‘가지다’ 습관이 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고칠까 잠시 생각하다, ‘가지다’를 빼고 문장을 고쳤습니다.

마인드맵을 그리는 작업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렇게 고치니 조금 나아졌네요. 요즘엔 ‘가지다’라는 표현을 참 많이 씁니다. 물론, 저도 종종 쓰는데요. 특히, ‘have’가 있는 문장을 아무 생각 없이 옮기면, ‘나는 아이 3명을 가지고 있고’, ‘나는 3시에 회의를 가지고 있을’ 때가 왕왕 있습니다.

이런 눈에 보이는 실수가 아니더라도, “그는 온화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나 “그는 이상한 생각을 가졌다.”, “그녀가 가진 생각은 참신했다.”처럼 ‘가지다’를 보편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도 자본주의고, 소유의 시대이기 때문에, 생각도 가지고, 돈도 가지고, 명예도 가지고, 아이도 가지고, 꿈도 가지는 사회가 되었지만, 조그만 노력하면 ‘가지다’를 사용하지 않는, 즉 소유의 사회에서 존재의 사회로 가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성품이 온화하다.”로 쓰거나,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품은 생각은 참신했다.”, “나는 아이가 3명 있다.”로 고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요즘 같이 돈이 부족해서 많이 소유하기도 어려워진 세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말에서 소유를 조금 더 덜어낸다면, 살아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

본의 아닌 거짓말

Thursday, December 11th, 2008

요즘에 수영을 다시 배웁니다. 몇 년 전, 겨울에도 새벽반을 등록해 두었다거 몇 번 나가고 포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의무감보다 재미로 수영장을 찾습니다. 지금은 배운지 한 달반이 지났는데, 자유형을 지나 배영을 마스터하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

아직 배울 게 많지만, 확실히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수영을 하면서도, 그런 배움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무슨 운동을 배우든지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죠. 자세가 좋아야지 힘을 제대도 낼 수 있고, 힘을 적게 쓰면서도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운동을 잘 하는 편이 아니기에, 자세를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떤 운동을 배우든지, 코치님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몸에 힘을 빼시고, 자연스럽게 동작을 취하세요.

한달 전에도 자유형을 배우면서 호흡이 안 되어 고생했습니다. 호흡이 안 되니 숨을 쉬려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물을 먹는 건 당연하죠. 당연히 물을 먹으니 정신은 없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으니 힘이 빠지고, 힘을 주려고 보니 자세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지만, 제 헤엄치는 모습은 물에 빠지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과 비슷했겠죠.

코치님께서 제게 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회원님 잘하시는데요. 몸에 힘을 지나치게 주세요. 힘을 좀 빼고, 자연스럽게 동작을 취해보세요.

샘 말씀이라면, 자다가 읽어나서 적고 잘 정도로 잘 듣는 저는 코치님의 지도에 따라서 팔과 다리에서 힘을 뺀채 자연스럽게 물에 몸을 맡겼습니다.핫! 코치님의 말처럼 자연스럽게 숨이 쉬어지는 게 아니라, 이제는 물에 떠있기도 힘들더군요. 물을 잔뜩 마시고 나서, 다시 코치님의 지시에 따라 몸에 힘을 빼고 수영을 했지만. 역시 물만 마셨습니다.

물만 마셨으면 다행인데, 이상하게 앞으로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게 더욱 퇴보하는 것 같더군요.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코치님의 말을 무시하고, 일단 물에 뜨고 보자는 식으로, 킥과 팔접기에 힘을 들여서 했습니다. 그러니 다행스럽게 다시 물에 떴습니다.

그런 식으로 며칠을 연습하고 나자, 점점 처음보다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물에서 뜨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되더군요. 그때야, 전 비로소 “아! 몸에서 힘을 빼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느꼈습니다. 역시 코치님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깨달음을 얻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코치님의 설명은 잘못된 게 아닙니다. 코치님은 몸에 힘을 많이 주지 않고 수영을 하시고, 저도 이제는 힘을 많이 들여서 수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작은 깨달음을 얻고난 사람들의 이야기죠. 즉, 물에도 뜨지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하는 사람에게 깨달음을 얻고 나서 할 수 있는 충고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호흡이 안 되서 고생하는 저에게 유효한 충고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팔젓기와 킥을 하세요.

가  아닐까 합니다. 학습이야 학생의 몫이긴 하지만, 좋은 가르침이란 완전한 모습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미숙과 성숙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적절히 채운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