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를 읽었습니다. 2007년에 처음으로 이 책이 번역되었지만, 원서는 1976년에 출간되었습니다. 30년이 넘은 글쓰기 고전인 셈이죠. 번역서는 출간 30년판을 옮겼습니다. 시대에 따라서 선호하는 문체나 형식은 달라지겠지만, 글쓰기의 원칙은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이 책이 30년 넘게 계속해서 출판되고 인기가 있는 이유는, 글쓰기 기술보다 원칙을 알리는 데 있겠죠.
책 한권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란 어렵습니다. 특히 새로 접하는 분야가 아니라 계속해서 공부했던 분야에 있는 책에서 더 그렇죠. 그렇기에 제가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좋은 책이란, 한 가지 사실만이라도 새롭게 얻는 게 있는 책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글쓰기 생각쓰기는 얻은 게 많은 책이죠. 특히 작가의 자세에 대해서 몇 가지 시각을 얻었습니다.
번역이나 책을 쓸 때마다, 느끼는 점은 번역하거나 쓰는 사람이 재미있을 때, 좋은 글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물론 글을 쓸 때는 대상 독자를 염두해 두고 글을 쓰지만, “내 글을 읽고 다른 사람이 재미있어야 하는데.”하는 강박증을 느끼면서 글을 쓰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어색한 글이 되고 맙니다. 즉 상당히 재미없는 글이 되죠.
일기를 쓰지 않는 이상,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책으로 글을 엮어내는 일은 ‘누군가에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대상 독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정작 글을 쓴 자신조차도 재미있지 않은 글을, 다른 사람이 읽어서 재미있을까요? 글쓰기 생각쓰기에서도, 이 점을 언급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문제 다음으로 또 하나의 문제가 여러분에게 닥칠 것이다. “누구를 위해 쓰는가?”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답이 있다. 자신을 위해 쓴다. 엄청난 수의 청중을 머릿속에 그리지 말자. 그런 청중은 없다. 독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사람이다. 편집자들이 어떤 종류의 글을 출판하고 싶어 할지, 사람들이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할지는 생각하지 말자. 편집자와 독자는 막상 글을 읽을 때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읽고 싶은지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이것 이외에도, 글쓰는 사람들이 생각해 볼만한 원칙이 다수 있습니다. 이 원칙들은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 두겠습니다.
영어를 옮겨 놓은 책이기 때문에, 문장을 작성하는 방법에서 든 예들이 한국어 상황에 적당하지 않은 게 있지만. “난삽하게 글을 쓰는 것을 피하자!”하는 주장은 언어와 관계없이 글을 쓸 때에 어디서나 적용되는 법칙인 듯합니다.
지금(now)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현재 시점에서(at this point in time)라는 표현하거나, 위원회를 이끈다라고 말할 때 head 대신에 head up으로 쓰는 것은, 문장에 쓸데없는 것을 보태는 행위입니다. 이런 글쓰기 습관은 한국어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알리다’라고 써도 충분한 곳에 ‘알려 주다’를 쓰거나, ‘가르치다’만을 써도 풍만한 문장에 ‘가르쳐 주다’를 쓰는 습관 말입니다.
한 가지를 예를 더 들자면, “급하게 재촉하다.”하는 문장은 반이 군더더기로 채워진 셈입니다. 즉, ‘재촉하다’라는 서술어는 이미 ‘급하게’라는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에, ‘급하게’라는 부사어가 추가적으로 전달하는 정보가 매우 적습니다. 이 문장에 부사어를 써서 풍성하게 만들려면, 다른 의미의 부사어를 쓰는 게 좋겠죠. 어떻게 보면, “난삽하게 글을 쓰는 것을 피하자!”하는 주장은, 글쓰기에서 단순함을 주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최소 단어로 최대 효과를 내는 튼실한 글쓰기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