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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August, 2009


책, 다양성을 단상하다

Wednesday, August 5th, 2009

수영을 시작한지 거의 1년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수영도 다시 배우기 시작했죠. 지금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부터 자유형을 하면서 글라이딩(gliding)을 제대로 할 수 있자, 제법 속도가 붙게 되었습니다. 선수가 될 것도 아니기에 속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글라이딩 기술을 습득하자 글라이딩을 제대로 하기 전보다 물의 저항이 많이 줄어서, 팔젓기와 킥이 효과적으로 되더군요. 자유형을 하면서 힘도 덜 들어가고 물을 타는 맛도 나고, 그래서 최근에 수영 다니는 참 재미를, 수영을 시작한지 1년 가까이 되서나 느껴 봅니다.

그러고 보니 강습 받는 것을 제외하고 수영 이론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영을 이론적으로 배워 볼 요량으로, 수영 관련된 서적을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 봤더니, 결과가 참단했습니다. 검색 결과에 가수 이수영이나, 시인 김수영이 맨 앞에 나오고, 그나마 수영(swimming) 관련 서적으로는 ‘수영 100퍼센트 즐기기’라는 책이 순위권 안에 있었습니다.물론 ‘건강 전라계 수영부 우미Go’라는 수영을 주제로한 만화도 몇 권 있었기 때문에, 수영(swimming)이라는 검색결과가 그리 궁해 보이지 않지만, 제가 원한 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수영은 과학 이상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전문 강사의 강습을 받아야 한다는, 수영을 잘하는 지인의 말에 100퍼센트 동의하지만. 과학 이상의 스포츠와 관련된 국내 서적의 검색 결과는 8할이 만화책이고, 그나마 박태환 신드롬이 불던 작년에도 수영 신간이 출간된 것을 찾지 못하는 형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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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출판 잡지를 읽었습니다. 헤드라인 기사로, “폐지될 뻔한 ‘도서 정가제’를 1년 동안 더 유지하기로 했다”는 게 실렸습니다. 온라인 서점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동네 서점들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도서 정가제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다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좋은 책을 싼 가격에 읽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지만.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한계가 있고, 단순하게 시장 논리에만 책 가격을 맡겨 놓았을 때, 발생하는 폐해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게 좋겠죠(선진국에서도 도서 정가제를 유지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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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가제 이야기를 옹호하는 논리 가운데 빠지는 않는 것은, 아마도 출판의 다양성일 겁니다. 저도 도서 정가제가 폐지된다면, 가뜩이나 팔리는 책 위주의 시장이 정말로 시장논리로만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마이너한 생각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긴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출판의 다양성을 확보해 주는 도서 정가제를 지지하죠.

출판의 다양성이라는 가치 아래, 도서 정가제를 옹호하지만. 한편 이런 생각도 듭니다. 과연 도서 정가제라는 것만으로 출판의 다양성이 확보될까요? 물론 아닐 겁니다. 사실 출판의 다양성을 논의하려면, 우리에게 책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부터 먼저 고민해 봐야 할 듯합니다.

유튜브에 가서 ‘자유형’이나 ‘free style’로 검색을 하면, 자유형과 관련된 다양한 동영상을 볼 수 있죠. 확실히 수영을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활자화된 지식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수영 고수의 폼을 보는 게 더 도움이 되죠. 그리고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미 수영 노하우를 온라인에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수영을 하면서 부딪히는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영 지식을 전달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책은 이미 인터넷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수영 서적은 그다지 많이 출판되지 않은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처럼 괜찮은 수영 서적을 사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 우리나라 출판 시장은 참 좁다라는 푸념을 늘어놓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도서 정가제가 출판의 다양성을 도와주는 수단이 되겠지만, 도서 정가제에 의존해서만 출판인이나, 독자들이 원하는 출판의 다양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출판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 가운데 뻔한 해결책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책이 팔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을 만든다는 게 좀 추상적인 표현이죠. 조금 더 구첵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구매하게 만드는 책을 기획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궁색한 검색결과가 나왔던 수영 서적 이야기를 다시 해보죠. 단순한 수영 지식을 전달하려는 컨셉으로 제작한 책은, 인터넷과 경쟁할 수 없기에,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영 영웅 박태환씨가 쓴 ‘수영 비법’ 서적은 어떨까요? 최근에 성적이 저조해서 박태환씨의 인기가 예전만큼 못하지만. 박태환씨가 작년에 금메달을 땄을 때, 수영을 잘 아는 전문작가가 박태환씨를 인터뷰해서 ‘수영 비법’ 서적을 내놓았다면, 괜찮은 결과를 얻었을 겁니다.

박태환씨를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면, 수영전문가를 인터뷰해서 박태환씨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다른 선수와 차이점, 최근 수영 트렌드를 정리했다면, 수영 서적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은 반응을 얻지 않았을까요?

대한민국 출판계에서도, 책의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출판 종사자 여러분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지만, 독자들이 접하지 못한 신선한 관점이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을 더 많이 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