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작은 차이

December 15th, 2008

오늘 글을 쓰다가, 이런 문장을 썼습니다.

마인드맵을 그리는 작업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문제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쓰고 보니까 말은 되는데 무척 어색했습니다. 문장을 들여다 보니, 못쓸 ‘가지다’ 습관이 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고칠까 잠시 생각하다, ‘가지다’를 빼고 문장을 고쳤습니다.

마인드맵을 그리는 작업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렇게 고치니 조금 나아졌네요. 요즘엔 ‘가지다’라는 표현을 참 많이 씁니다. 물론, 저도 종종 쓰는데요. 특히, ‘have’가 있는 문장을 아무 생각 없이 옮기면, ‘나는 아이 3명을 가지고 있고’, ‘나는 3시에 회의를 가지고 있을’ 때가 왕왕 있습니다.

이런 눈에 보이는 실수가 아니더라도, “그는 온화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나 “그는 이상한 생각을 가졌다.”, “그녀가 가진 생각은 참신했다.”처럼 ‘가지다’를 보편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도 자본주의고, 소유의 시대이기 때문에, 생각도 가지고, 돈도 가지고, 명예도 가지고, 아이도 가지고, 꿈도 가지는 사회가 되었지만, 조그만 노력하면 ‘가지다’를 사용하지 않는, 즉 소유의 사회에서 존재의 사회로 가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성품이 온화하다.”로 쓰거나,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품은 생각은 참신했다.”, “나는 아이가 3명 있다.”로 고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요즘 같이 돈이 부족해서 많이 소유하기도 어려워진 세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말에서 소유를 조금 더 덜어낸다면, 살아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

본의 아닌 거짓말

December 11th, 2008

요즘에 수영을 다시 배웁니다. 몇 년 전, 겨울에도 새벽반을 등록해 두었다거 몇 번 나가고 포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의무감보다 재미로 수영장을 찾습니다. 지금은 배운지 한 달반이 지났는데, 자유형을 지나 배영을 마스터하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

아직 배울 게 많지만, 확실히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수영을 하면서도, 그런 배움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무슨 운동을 배우든지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죠. 자세가 좋아야지 힘을 제대도 낼 수 있고, 힘을 적게 쓰면서도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운동을 잘 하는 편이 아니기에, 자세를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떤 운동을 배우든지, 코치님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몸에 힘을 빼시고, 자연스럽게 동작을 취하세요.

한달 전에도 자유형을 배우면서 호흡이 안 되어 고생했습니다. 호흡이 안 되니 숨을 쉬려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물을 먹는 건 당연하죠. 당연히 물을 먹으니 정신은 없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으니 힘이 빠지고, 힘을 주려고 보니 자세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지만, 제 헤엄치는 모습은 물에 빠지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과 비슷했겠죠.

코치님께서 제게 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회원님 잘하시는데요. 몸에 힘을 지나치게 주세요. 힘을 좀 빼고, 자연스럽게 동작을 취해보세요.

샘 말씀이라면, 자다가 읽어나서 적고 잘 정도로 잘 듣는 저는 코치님의 지도에 따라서 팔과 다리에서 힘을 뺀채 자연스럽게 물에 몸을 맡겼습니다.핫! 코치님의 말처럼 자연스럽게 숨이 쉬어지는 게 아니라, 이제는 물에 떠있기도 힘들더군요. 물을 잔뜩 마시고 나서, 다시 코치님의 지시에 따라 몸에 힘을 빼고 수영을 했지만. 역시 물만 마셨습니다.

물만 마셨으면 다행인데, 이상하게 앞으로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게 더욱 퇴보하는 것 같더군요.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코치님의 말을 무시하고, 일단 물에 뜨고 보자는 식으로, 킥과 팔접기에 힘을 들여서 했습니다. 그러니 다행스럽게 다시 물에 떴습니다.

그런 식으로 며칠을 연습하고 나자, 점점 처음보다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물에서 뜨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되더군요. 그때야, 전 비로소 “아! 몸에서 힘을 빼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느꼈습니다. 역시 코치님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깨달음을 얻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코치님의 설명은 잘못된 게 아닙니다. 코치님은 몸에 힘을 많이 주지 않고 수영을 하시고, 저도 이제는 힘을 많이 들여서 수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작은 깨달음을 얻고난 사람들의 이야기죠. 즉, 물에도 뜨지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하는 사람에게 깨달음을 얻고 나서 할 수 있는 충고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호흡이 안 되서 고생하는 저에게 유효한 충고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팔젓기와 킥을 하세요.

가  아닐까 합니다. 학습이야 학생의 몫이긴 하지만, 좋은 가르침이란 완전한 모습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미숙과 성숙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적절히 채운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요? ;)

그게 그거

December 8th, 2008

그게 그거(시민쾌걸)

시인들은 시를 짓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동료 시인들을 만나 시를 지어 풀고. 프로게이머는 연습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PC방에서 한 게임하면서 풀고. 마감시간에 쫓긴 만화가는 그림 낙서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그럼 프로젝트를 끝낸 개발자는 프로그램을 짜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마감시간에 쫓기는 전업 작가는 블로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겠죠. 그렇게들 하시나요? 블로그를 본의 아니게 오랫동안 비워두니,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한국말: 그녀들은 소녀들이다!?

November 22nd, 2008

맛보기 영어강의 동영상을 보다가, 강사님께서

그녀들은 소녀들이다

하는 한국말을 영어로 어떻게 옮길지 물으시더군요. 대단히 간단한 질문이죠. 강사님이 이렇게 질문하신 이유는, She를 복수로 어떻게 표현할지 아는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습니다.

강사님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한국말에는 저런 식의 표현이 없는 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말에는 영어처럼 수를 억지로 일치시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수와 복수를 칼같이 지키는 영문을 번역하다 보면, 수를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참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영어는 수량을 앞에 쓰고, 한국말은 수량을 뒤에 쓰는 데 이런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a cup of coffee’ ‘한잔의 커피’라고 옮길 때가 많습니다. 굳이 틀린 표현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종의 번역투 문장이 됩니다. 한국말은 수가 뒤에 나오기 때문에 ‘커피 한잔’이라고 옮기는 게 낫죠.

아무튼 영어에는 있고 한국말에는 없는 것들을 옮길 때 힘든 면이 많습니다. 특히 ‘Many people’처럼 복수로 표현 된것을 ‘많은 사람들’로 옮기는 게 나을지 아니면 ‘많은 사람’으로 옮기는 게 나을지도 역자마다 생각이 다르죠. 하지만 제 생각은, 한국말은 앞뒤로 복수인지 단수인지를 충분히 판별할 수 있다면, ‘들’을 붙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따라서 ‘Many people’은 ‘많은 사람’정도로 옮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한국말에서 ‘들’은 가산명사에만 붙이는 것인데, 영어의 영향인지 관형사 같은 ‘이’에 ‘들’을 붙여서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들 학생은 실수를 저질렀다.”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는 관형사이기 때문에 ‘들’을 붙일 수 없죠. 따라서 틀린 부분을 고쳐 쓰면, “이 학생들은 실수를 저질렀다.” 정도가 맞습니다.

한국말에서 ‘들’이 재미있는 점은, “많이들 먹게나.” 혹은 “어서들 오게나.”처럼 부사에 ‘들’을 붙여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많이’나 ‘어서’는 부사이기에 ‘들’을 붙일 수 없지만, 이 문장들은 “자네들 많이 먹게나.”나 “자네들 어서 오게나.”처럼 앞의 주어를 생략하고 ‘들’을 부사에 붙임으로써 가능한 표현입니다. 번역을 할 때, 이런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반영한다면 더 좋을 듯합니다.

*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