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되지 않는 일은 끝까지 잘 안 된다. 왜 그럴까? 최근에 내가 경험한 사례다. 워크샵에 참석하려고 회사에 품의를 올렸더니, 경비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사전 등록을 하면 경비가 대폭 줄어든다고 사전 등록을 해달라는 요청했다. 문제는 워크샵을 주최하는 쪽에서 사전등록은 무조건 현금으로만 가능하다고 하다는 데서 생겼다. 결국 내 돈을 내고 사전등록을 하고 워크샵을 등록했다. 비용처리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비용을 처리하려면 주최측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하는데, 워크샵 당일 기준으로만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준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세금계산서가 없으면 비용 처리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사전 경비를 지불한 달에 돈을 못받았다.
워크샵을 참석하고 세금계산서를 처리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예산이 없었다. 내가 잡아 놓은 예산을 이미 누군가가 다 써버렸다. 결국 예산을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냥 여기서 끝나면 좋았을까? ㅎ 다른 사소한 문제가 있었고, 다행히도 해가 바뀌기 전에 관련 경비 처리를 할 수 있었다. 워크샵은 몇 달 전에 다녀왔지만 돈은 새해가 되어서나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처음부터 잘 되지 않는 일은 끝까지 잘 안 된다. 왜 그럴까? 당연히 시작할 때부터 문제가 있는 일은 그 일을 성사시키려면 그 일보다 주위의 일을 정지작업하는 게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안 되는 일을 하다보면 일이 잘 안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 일을 하기보다 가욋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첫단추가 잘못 채운 일은 끝까지 안 되는 것처럼 보이고 다시는 그 따위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안 되는 일을 끝까지 해내면 술술 풀리는 일을 할 때보다 보람이 더 많다는 면도 있다.
주역은 8개의 괘를 두번 겹쳐서 총 64괘를 만들고, 그 괘를 풀이해서 일을 도모할 때 지혜를 얻는다. 8개의 괘를 두번 겹치기 때문에 마침 점을 치는 것 같지만, 주역은 점을 치는 점술서와는 다르다. 엄연한 동양의 경전으로서 그 안에는 주옥같은 지혜들이 숨겨져 있다. 64괘 가운데 가장 나쁜 괘로 불리는 괘가 있다. 바로 천지비다. 하늘을 뜻하는 건이 위에 올라가고 땅을 뜻하는 곤이 아래에 있는 괘다. 겉으로 보면 하늘이 올라가고 땅이 아래에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보이나, ‘변화’를 이야기하는 주역에서는 가장 나쁜 게 본다. 왜냐면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으니 더 이상 변화가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고매한 임금은 하늘로 올라가서 백성들의 말을 듣지 않고 신하는 땅에 해당하는 백성을 살피기보다 임금의 비위를 맞추기에 바쁘다. 그러니 소통이 일어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기운이 딱 맞혀서 백성들이 힘들다는 뜻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천지비의 상황이 아닐까,한다.
천지비가 상황만 놓고 보면 나쁘지만, 변화를 이야기하는 주역에서 보자면 천지비는 하나의 과정인 셈이다. 현재 상황은 최악이지만 이제 바닥을 다지고 변화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런 천지비 상황에서 그냥 시간만 지난다면 상황이 개선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막힌 운을 뚫을려고 백방으로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사방이 꽉 막혔으니 일이 될 턱이 없다. 즉 하는 일마다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주역의 지혜를 따른다면 일을 도모하고 추진해야 한다.
화살을 두 번 맞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무슨 뜻일까? 첫 번째 화살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맞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두 번째 화살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직장에서 상사한테 일 때문에 대박 깨졌다. 이것이 첫 번째 맞은 화살이다. 그런데 기분이 나빠서 집에 가서 아내나 애꿎은 애들에게 화풀이를 해서 가족 간의 관계를 악화시킨 게 바로 두 번째 화살을 맞은 셈이다. 첫 번째 화살은 상사가 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자신이 화통에서 화살을 뽑아 자신에게 쏜 셈이다.
경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그런데 쉽게 갔으면 알지 못했을 회사의 경비처리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배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니 나름 지식을 얻었다는 긍정의 답을 얻었다.
새해부터 안 되는 이야기를 썼다. 잘 되는 일은 기분이 좋지만 우리가 배울 게 없다. 안 되는 과정에서 되게 하는 쪽으로 노력하다면 경험도 쌓이고 실력도 붙는다. 그런데 안 되는 일이 운이 꽉 막힌 일이어서, 아니면 자신의 에너지 파장이 천지비의 상황이어서 일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포기하지말고 막힌 운을 뚫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다. 인생이라 그렇게 해도 지나가고 저렇게 해도 지나간다. 하지만 늙어서 왜 살았을까,란 답을 찾았을 때 어떤 쪽이 의미 있는 답을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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